파텍필립, 74년된 손목시계 128억원, 80년된 회중시계 275억원으로 세계 신기록 세워
가수 싸이에게 직접 만든 시계 선물한 프랭크뮬러…수억원대에 추정
나폴레옹부터 마리 앙투아네트, 윈스턴 처칠, 빅토르 위고가 인정한 브랜드 브레게
최근 명품 시계 브랜드 ‘파텍필립(Patek Philippe)’의 오래된 손목시계 하나가 무려 900만 파운드(128억3517만원)에 팔리는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해당 모델의 이름은 ‘파텍필립 1518’.
이 손목시계는 74년 전인 1943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여전히 고상한 기품을 뿜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스테인리스 소재이며, 장미색과 노란색이 섞인 골드로 치장돼 있다.
일반적으로 1970년대 이전까지 대부분의 손목시계는 주문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의사 등 명망 높은 전문직 소비자가 대다수였으며, 매일 착용해도 쉽게 고장나지 않도록 정교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져야 했다.
이번에 경매에 나온 모델은 위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동시에, 같은 모델로 단 4개만 제작됐다는 점에서 그 희소성을 높였다. 필립스 경매의 미국 지사장인 폴 부트로스는 “파텍필립 1518 낙찰을 희망한 사람은 400명 이상이었으며, 매우 높은 가격을 부른 낙찰자 덕분에 불과 13분 만에 경매가 끝났다”고 전했다.
가장 비싼 손목시계의 이전 최고가 기록 역시 파텍필립이 2015년 11월에 세운 580만 파운드(82억7433만원)였다. 이 제품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자선 경매에서 익명의 전화 입찰자 두 명이 치열하게 가격을 높여 9분 만에 500만 파운드까지 치솟았다. 경매 수익금은 전액 중질환 치료 연구에 쓰였다.
파텍필립은 왕족, 귀족뿐만 아니라 저명한 정치가, 예술가, 과학자 등이 애용해 지위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파텍필립의 고객으로는 빅토리아 영국 여왕,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리하르트 바그너, 존 데이비슨 록펠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이 있다.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남편 브래드 피트에게 50억원짜리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선물하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노동당 기념행사에 파텍필립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울러,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재임 당시 파텍필립 제품을 다수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 시계 천재의 이름을 내걸고 시작한 ‘프랭크뮬러’
최고가 시계 톱10에 파텍필립만 이름을 올린 것은 아니다. 시계 브랜드 ‘프랭크뮬러(franck muller)’가 2010년 선보인 ‘아이테르니타스 메가 4’는 270만달러(30억9690만원)에 2010년 매장에서 판매됐다. 구매자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프랭크뮬러는 국내에 비교적 덜 알려졌다. 2003년 한국에 정식 론칭한 이 브랜드는 1991년 천재적인 시계 제작자 프랭크뮬러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설립했다. 힐튼호텔을 시작으로 2005년 에비뉴엘 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시계 값은 1000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초고가 브랜드다.
프랭크뮬러는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당시 후보 부인 김윤옥 여사가 착용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화제가 됐다. 김현미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대변인이 김 여사의 시계가 1500만 원에 팔리는 스위스제 프랭크뮬러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개성공단에서 제작한 통일시계로 가격은 10만 원 이하였다.
프랭크뮬러는 지난 2013년 가수 싸이에게 한정팜 ‘싸이 시계’를 선물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제품은 프랭크뮬러의 대표 컬렉션인 '신트리 커벡스'를 바탕으로 디자인됐다. 시계 앞면과 뒷면에 ‘강남 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추는 싸이의 모습을 그려 넣은 것이 특징이다.
프랭크뮬러 측은 “싸이는 평소 프랭크뮬러 시계의 팬으로 알려져 있다”며 “싸이가 유튜브와 빌보드 차트에서 큰 성공을 이뤄낸 것을 축하하는 뜻에서 한정판 시계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 나폴레옹, 마리 앙투아네트, 빅토르 위고가 언급한 시계 ‘브레게’
스위스 시계 브랜드 브레게(Breguet)도 초고가 시계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다. ‘패리스, 넘버. 2667 프리시전’는 470만달러(약 53억9325만원)에 2012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됐다. 이 시계는 브레게가 생산한 것 중 가장 비싼 모델로, 18K 금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가장 비싼 시계 5위에 꼽힌다.
브레게(Breguet)는 1775년 설립 이후 시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가 됐다. 최고급 시계라는 자부심 아래 최고 기술이라 알려진 뚜르비옹(시계에 중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간 오차를 보정하는 장치), 정교하고 우아한 디자인 등이 대표적인 브레게의 이미지다. 시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브레게 창립자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1747-1823)는 고급 시계의 표준을 마련한 인물이기도 하다.
고가의 정교한 시계를 만들어 온 브레게는 명사들과도 친근한 브랜드였다. 나폴레옹, 마리 앙투아네트, 윈스턴 처칠은 물론 대문호 푸시킨, 발자크, 빅토르 위고 등이 작품에서도 브레게를 언급할 정도였다.
장세훈 시계 칼럼니스트는 “브레게의 지난 10여년간의 변화를 보면 왜 브레게가 진정한 하이엔드 워치메이커인지 실감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전통방식 그대로 시계 제작을 수작업으로 진행하지만, 일부 부품에는 최첨단 반도체에 들어가는 신소재를 업계에서 가장 빨리 도입하는 등 브레게의 현행 컬렉션은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세계 최고가 회중 시계 275억원에 낙찰…카타르 왕족이 구매한 것으로 알려져
손목시계만 아니라면 더 비싼 시계도 존재한다. 2014년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장에 오래된 회중시계 하나가 경매로 나왔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자그마한 이 시계의 낙찰가는 무려 2398만달러(약 275억640만원). 15년 만에 시계 경매 최고가격을 갈아치우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로 등극했다.
주인공은 파텍필립의 ‘헨리 그레이브스 슈퍼컴플리케이션’. 경매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슈퍼컴플리케이션을 낙찰 받은 행운의 주인공은 붉은색 넥타이를 하고 있던 한 남성으로 대리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짜 구매자는 카타르 왕족인 셰이크 사우드 빈 모하메드 빈 알타니 전 문화유산부 장관으로 추정되고 있다.
슈퍼컴플리케이션은 지난 1925년 헨리 그레이브스 주니어라는 미국 은행가 겸 시계 수집가가 1만5000달러를 주고 주문 제작한 회중시계다. 시계 안에 무려 920개의 부품이 들어갔으며, 그레이브스가 손에 넣기까지 연구˙제작에만 8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 정교함 덕분에 인간의 손으로 전체 제작한 시계 중 가장 정밀한 시계라는 평가를 받았다.
◆ ‘시계의 제왕’ 파텍필립, 고가 모델 구입하려면 제네바 본사의 심사 거쳐야
어쨌거나 현존하는 가장 비싼 시계 상위 10개 제품 중 6개는 파텍필립의 제품이다. 180년 역사의 파텍필립은 희소가치를 지키기 위해 한정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간 생산량은 4만5000개. 가격은 최소 2000만원대부터 100억원을 호가한다. 최고가 모델을 사려면 구매 이유와 보유 중인 파텍필립 시계 목록을 적어내 티에리 스턴 사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오만하다 싶을 정도지만 파텍필립 측은 "우리는 어차피 '모두의 시계'를 만드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장세훈 타임포럼 시계 칼럼니스트는 “수십년 전에 제작된 시계가 강남의 빌딩 한 채값이나 나갈 수 있는 이유는 최고급 시계를 포함한 희소성 높은 명품의 가치는 여느 소비재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파텍 필립의 시계는 시계 애호가 및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갖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