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7일 오전 2시쯤 전북 전주의 폭력조직인 월드컵파의 행동대장 양모(34)씨는 시내의 한 술집에서 불같이 화를 냈다. 평소 친분이 있던 종업원에게서 "요즘은 월드컵파가 오거리파에 밀린다더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양씨가 "누가 그러더냐?"며 다그치자 종업원은 "오거리파 행동대장"이라고 답했다.
양씨는 곧바로 오거리파 행동대장 강모(34)씨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다. 말싸움을 하던 두 사람은 조직 대 조직으로 맞붙기로 하고 조직원을 소집했다. 통화 3시간여 만인 오전 5시 30분쯤 월드컵파 23명, 오거리파 19명이 전주시 효자동의 한 장례식장 주차장에 모였다. 야구 방망이와 골프채 등으로 무장한 폭력배들은 1시간여 동안 밀고 밀리는 난투극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8명이 다쳐 전치 2~3주 진단을 받았다. 이들은 경찰이 출동하자 모두 달아나 서울·대전·전남 완도 등에서 도피 생활을 했다.
경찰은 두 조직의 패싸움 배경에 해묵은 원한이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11월 22일 월드컵파 조직 간부 최모(45)씨가 시비 끝에 오거리파 조직원 최모(44)씨를 살해하면서 앙금이 쌓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시 세력에서 밀렸던 오거리파는 고등학교 '일진' 출신들을 포함해 10여명을 조직원으로 영입하며 앙갚음을 다짐했다고 한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난투극에 가담했던 42명 중 38명을 검거해 34명을 구속하고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