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Carl Vinson)호가 18일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에 돌입했다. 미 항모가 남중국해에 진입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힘을 통한 평화'라는 자신의 외교·안보 대선 공약을 행동으로 옮기는 양상이다.
미 해군은 18일(현지 시각) 페이스북을 통해 칼빈슨호의 남중국해 투입 사실을 알렸다. 칼빈슨호 타격전단 사령관인 제임스 킬비 해군소장은 해군뉴스 서비스 인터뷰에서 "지난 몇 주간 (서태평양 일대에서) 훈련을 했었다"며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국과 관계를 긴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일본·호주 등 아·태 지역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해 중국 압박에 나설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은 일본과 호주에 최첨단 전투기 F-22 랩터를 각각 12대씩 배치한 상태다. 칼빈슨호가 남중국해에 파견된 것은 2015년 말레이시아 해·공군과 연합훈련을 한 이후 처음이다.
미군은 칼빈슨호를 투입해 남중국해 인공섬 12해리(22.2㎞) 안쪽을 순찰하는 일명 '항행의 자유' 작전을 공격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활주로 등 군사시설을 갖춘 7개 인공섬을 만들어 이 해역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인공섬은 '불침항모(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라고도 불린다. 중국은 시진핑 집권 이후 영토·주권과 관련한 일을 '핵심 이익'이라고 부르며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반복해서 밝혔다. 특히 남중국해에 애착이 강하다. 남중국해는 전 세계 물동량의 25%가 지나가고, 한국·일본이 수입하는 원유 대부분이 통과한다.
미국은 중국의 이런 행동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지난 4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은 일본을 방문해 중국의 남중국해 점유를 "도발적 행위"로 규정한 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과거처럼 관용적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 군사매체 네이비 타임스는 "미 해군의 추가 파병도 가능하다"고 했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도 남중국해에 항모와 구축함 등을 투입했지만, 중국군을 향해 공세적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대중 강공책'을 공언한 바 있다.
중국은 칼빈슨함의 남중국해 파견 계획이 알려진 지난 15일부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시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남중국해 각 도서와 부근 해역에 대해 논쟁의 여지가 없는 주권을 갖고 있다"며 미국을 향해 "중국의 주권과 안전에 도전하지 마라"고 촉구했다. 중국은 미국의 군사 움직임에 '맞불'을 놓고 있다.
17일 중국 해방군보에 따르면, 중국군은 남중국해에 7000t급 미사일 구축함 창사(長沙) 등을 급파해 칼빈슨호 진입에 맞섰다. 환구시보는 19일 칼빈슨호 등장을 전하면서 "지난 12~13일 남해함대가 남중국해에서 방공 작전 연습을 했다"며 "이 훈련은 미군을 억제하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남해함대는 칼빈슨호에 맞서 공군 및 연안 방공부대와 연합훈련을 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남중국해에서 미·중이 근육 자랑에 나섬에 따라 미·중 관계가 다시 냉각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첫 통화를 했을 때 트럼프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고 말해, 화해 분위기가 감돌았던 미·중 관계가 다시 파열음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칼빈슨호의 남중국해 투입은 미국이 중국을 바보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무역과 영토를 둘러싼 미·중 마찰이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긴장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양국 간 본격적 충돌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