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겨울이 끝나가고 있다. 남녘의 제주도부터 전해지는 꽃 소식은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일깨워 준다. 올해는 개나리·진달래 등 봄꽃이 개화(開花)하는 시기가 예년에 비해 1~4일 빠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개나리는 3월 13일, 진달래는 3월 16일 제주도에서 피기 시작해 남부와 중부로 올라올 전망이다.

◇눈 쌓인 한라산 앞마당에 핀 매화

매화는 다른 나무보다 꽃을 일찍 피워 낸다고 해서 '화괴(花魁·꽃의 우두머리)'로 불린다. 서귀포시의 근린공원인 걸매생태공원과 칠십리시(詩) 공원은 요즘 제주에서 매화를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걸매생태공원엔 산책로와 생태습지가 매화와 잘 어우러진다. 칠십리시 공원 매화정원엔 제주도를 소재로 삼은 시비(詩碑)와 천지연 폭포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이중섭거리(서귀포매일올레시장)까지 이어지는 제주올레길(6코스) 등이 있어 자연과 문화 예술을 체험하기에 제격이다.

매화나무 위로 눈 쌓인 한라산 - 제주엔 봄의 향기가 피어나고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자연생활공원 휴애리의 매화나무밭과 눈 덮인 한라산이 어우러져 한 폭 그림 같다. 지난 17일부터 매화 축제가 열리는 이곳에선 매화 감상 외에 승마, 야생화 자연 학습, 전통놀이 등도 할 수 있다.

사설 관광지인 서귀포시 남원읍의 자연생활공원 휴애리에서는 지난 17일부터 매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매화나무 위로 눈 쌓인 한라산 정상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서귀포시 대정읍 노리매에선 지난 4일부터 매화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공원 진입로에서부터 매화꽃을 감상하며 단아하게 꾸며진 정원과 정자, 초가집, 녹차나무 등을 둘러보다 보면 옛 선비가 된 느낌이 든다. 제주시 한림공원 매화정원엔 버드나무처럼 가지가 길게 늘어지는 90살 능수백매화와 능수홍매화가 고고한 기품을 풍긴다. 20년 이상 된 겹백매화, 겹홍매화, 청매화 등도 매서운 겨울바람을 이겨내고 꽃을 틔우며 봄 소식을 전한다.

◇푸른 상록수와 붉은 동백꽃의 조화

전남 완도대교에서 차로 10여분 떨어진 완도수목원에선 상록수의 사철 푸른 잎과 빨간 동백꽃이 하얀 눈밭과 조화를 이룬다. 1991년 개원한 이곳은 국내 유일의 난대(暖帶) 수목원이다. 2050㏊(약 620만평)의 면적에 동백나무·붉가시나무·구실잣밤나무·후박나무·완도호랑가시 등 752종이 자라는 국내 최대 난대림 자생지도 있다.

수목원이 들어선 상황산(해발 644m)은 산림의 80% 이상이 푸릇푸릇한 난대 수목이다. 겨울철 하루 평균 방문객은 700여명. 상록수길을 걷다 보면 활짝 핀 분홍 애기동백을 만난다. 진호춘 수목조성팀장은 "애기동백의 원산지가 일본이라고 선입견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꽃은 그냥 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천리포 수목원의 납매(蠟梅) 향기를 맡고 있는 여성(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완도 수목원의 붉은 동백은 흰 눈 속에서 강렬하다. 낙엽 사이로 올라온 천리포 수목원의 노란 복수초(福壽草)는 이름처럼 건강한 생명력을 뽐낸다. 완도 수목원 온실의 호주매화가 탐스럽다.

주차장 앞 육림교를 지나면 동백 군락지가 펼쳐진다. 추위를 이기고 부풀어 오른 꽃봉오리는 빨간 속살을 품고 있다. 동백꽃은 가장 예쁠 때 꽃봉오리째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동백을 비롯해 개나리·목련·자목련·삼지닥나무·캐롤라이나자스민·수선화·중국남천 등이 4월까지 핀다. 완도수목원엔 산림전시관, 사계정원, 동백나무과원, 산림박물관, 아열대온실, 전망대 등이 있다. 아열대온실(3196㎡)에는 대왕야자와 망고, 극락조화, 금호, 꽃기린 등 500여종의 열대·아열대 식물과 각종 선인장이 식재돼 있다. 수목원 입장료는 성인 기준 2000원, 주차료는 3000원이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

◇벌써 봄이 찾아온 바닷가 옆 수목원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수목원에는 차가운 서해 바람을 이겨낸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얼음 사이에서 피어나 '빙리화(氷里花)'로도 불리는 복수초는 바닥에 쌓인 낙엽을 뚫고 노란 꽃잎을 자랑한다. 복수초는 해가 뜬 오전부터 오후 3시까지 꽃잎을 펼치고, 어두워지면 다시 오므린다. 영하 40도에서도 버티는 설강화는 푸른 잎사귀와 하얀 꽃망울을 드러내고 있다. '한객(寒客·한겨울 찾아온 손님)'으로 불리는 납매와 매실나무의 한 품종인 운용매(Tortuous Dragon), 풍년화 등도 꽃잎을 펼쳤다.

국내 최다인 1만58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 천리포수목원엔 봄이 빨리 찾아온다. 최수진 천리포수목원 홍보과장은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겨울철에도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따뜻한 봄바람도 일찍 불어온다"면서 "세계 각국의 식물을 구경하고 천리포의 바다 풍경, 낙조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체 면적 56만2492㎡(약 17만평) 중 6만5623㎡(2만평)만 공개되는 이 수목원에선 목련·호랑가시나무·동백나무·단풍나무·무궁화 등 다양한 품종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목련류는 600여종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 국제수목학회(IDS)는 2000년 천리포수목원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일반 공개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191만명의 방문객이 찾아오면서 지역 관광 인기 코스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