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로 온 나라가 들썩이다 수그러드는 기미가 보이기 무섭게 구제역이 발생하는 등 가축전염병이 차례로 발생해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AI와 구제역의 발생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점은 더욱 걱정스럽다. AI는 2~3년, 구제역은 이보다 더 긴 주기로 발생하다 2014년부터는 둘 다 매년 발생하고 있다.
[툭 하면 구제역… 16년간 3兆 쏟고도 달라진 게 없다]
[돼지로 번지면 끝장… 구제역 전파력, 소의 최대 3000배]
'가축전염병'은 대부분 악성이고 경제적 피해가 크며 사람에게도 옮겨 공중보건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각종 세균, 진균(곰팡이), 바이러스, 원충이 병원이 된다. 특정 지역에서 유행하는 경우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경우가 있다. 가축전염병예방법(법률 제12806호, 1961년 제정, 2014년 31차 개정)은 전염병의 위험도, 피해 정도와 전파속도 등을 고려하여 제1종, 제2종, 제3종으로 구분한다. ▶자세히보기
가축전염병 중에는 탄저, 브루셀라병, 결핵병, 광견병, 뉴캐슬병 등과 같이 가축뿐만 아니라 사람도 감염될 수 있는 것들은 인수공통전염병(人獸共通感染病)이라 부른다. 가축 및 축산업 등에 심각한 피해를 주거나 우려되는 구제역 및 고병원성인플루엔자의 경우 국가위기 관리 가축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거의 매년 발생하거나 한번 발생하면 큰 홍역을 치르는 주요 발생 가축전염병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또 사람들은 그것을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해야 할까?
소·돼지·양 등 발굽이 두 개로 갈라진 동물이 걸리는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입·혀·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증상을 보이며 돼지의 콧등에 생긴 심한 수포나 소의 심한 거품 섞인 침 흘림 등이 대표적 증상이다. 식욕이 저하되어 심하게 앓거나 죽게 되며 치사율이 최대 55%에 이른다. 잠복기는 보통 2일~8일 정도로 짧다고 알려졌으나 최대 잠복기는 14일에 이른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매우 빠르게 전파되며(구제역 바이러스의 전염력은 바이러스계 최강으로 꼽힌다) 감염동물의 수포액이나 침, 유즙, 정액, 호흡 공기, 분변 등의 직접접촉으로 전파되거나 감염지역 내 사람이나 차랑, 물, 사료 등으로 간접접촉전파 된다. 또한, 공기를 통해서도 전파되는데 육지에서는 60km, 바다를 통해서는 250km 이상 떨어진 곳까지 전파된 사례가 있다.
바이러스의 종류가 다양해 동·축산물 국제교역 시 최대의 규제 대상이다. 구제역 발생 시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잃게 되고 다시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인정받을 때까지 쇠고기·돼지고기 등 축산물 수출이 전면 중단된다. 살처분을 마치고 3개월 동안 구제역 발병이 없으면 청정국 지위를 되찾을 수 있다.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구제역이 때만 되면 반복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①허술한 농가출입 관리…해외선 '농가출입여권'도 나와
한국은 국토가 좁고 농가 대부분 마을 단위로 공동생활을 하다 보니 가축 사육시설 간 거리도 가깝다. 외부와 엄격히 차단된 것도 아니다. 김종호 한국동물약품협회 정책기획국장은 "인접한 농장의 관계자나 사료 차량이 자주 드나드는 현재의 농가 환경이 구제역 확산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가축농장 출입을 매우 엄격하게 통제한다.
②전국 9개 지역은 구제역 백신 판매하는 동물병원 없어
전문가들은 구제역 백신을 판매하는 곳이 적어 초기 대응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농협중앙회는 현재 전국 축협동물병원 93곳을 백신 판매처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가축 농가가 각지에 퍼져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판매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축산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백신 구입처가 멀어 농가들이 자칫 접종을 게을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③ 농민들 외산백신 접종에 거부감 큰데, 국내 개발은 요원
일부 농가들이 상품성을 고려해 백신 접종을 꺼리는 것도 구제역 확산을 막지 못하는 이유로 지적된다. 서정향 건국대 교수는 "가축 농가를 방문하면 구제역 백신의 효능에 대한 불신이 꽤 크다"고 말했다. 백신을 접종하면 해당 부위에 고름 덩어리인 ''화농'이 생겨 제 가격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사 더보기
구제역은 동물에게는 치명적이지만 사람에게 감염된 경우는 거의 발견 되지 않고 사람이 감염된 고기를 먹는다 하더라도 인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56℃에서 30분, 76℃에서 7초 가열 시 파괴되고, pH 6 이하 또는 9 이상에서는 자연 사멸되는데 도축 후 진행되는 예비 냉장 과정을 거친 동물은 pH가 낮아지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농림식품수산부는 농가와 축산 관계자는 물론 일반인도 국내 구제역 발생 지역을 방문한 후 2주 이상 농장에 들어가지 말 것과 구제역 발생지역에서는 모임이나 경조사, 시장·행사장 등의 출입은 물론 방역초소 위문 등도 삼갈 것을 강조했다.
소, 돼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염병으로 브루셀라를 처음 분리한 데이비드 브루스의 이름을 딴 인수공통감염병이다. 동물의 상처 난 피부나 결막을 통해 균이 침투하거나 오염된 사료, 물 등에 의하여 감염되며 멸균이 되지 않은 유제품을 통하여 사람에게 전염된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브루셀라증은 보통 소에 존재하는 브루셀라 아보투스균(Brucella abortus)이 주요 원인이다.
가축이 감염되면 전파 속도가 매우 빨라 피해가 심하며 가축을 통해 사람에게 감염될 수는 있고, 사람 대 사람의 전파는 극히 드물지만, 수혈, 조직이식, 모유 수유나 성접촉, 출산을 통해 전파가 된 예가 있다.
가축의 경우 암컷은 태막 파열 등으로 유산할 수 있으며 수컷은 고환염 증상 등을 보인다.
[양·염소 접촉으로 전염되는 '브루셀라증' 환자 국내서 첫 확인]
브루셀라는 평균 1~2개월에 잠복기 후 근육통, 발열이나 피로,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두통이나 요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브루셀라증 만에 특별한 증상이 존재하지 않아 무시하기 쉽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발열이나 피로감, 관절통 등의 증상이 몇 년씩 계속되기도 한다. 이 병으로 인한 발열을 말타열(Malta fever), 지중해열(Mediterranean fever)이라고 한다. 치사율은 비교적 낮지만, 척수염, 골수염 등을 유발하기도 하며, 완치가 가능하지만 재발하는 경우가 많고 드물게는 심장내막의 염증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특히 가축에서 감염되기 쉬우므로 가축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기사 더보기
돼지열병이라고도 하며 돼지콜레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돼지 급성 열성 전염병이다.
돼지에게만 발생하는 질병으로 전파성이 매우 강하고 증상도 심하며 원인균이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치료가 힘들고 대부분 죽는다. 고열, 설사, 변비 등과 함께 몸이 파랗게 변하고 비틀거리기 시작하고 건강 소실, 식욕 부진, 고열 지속, 결막염, 백혈구 감소, 피부의 출혈얼룩 등 심한 증상을 나타내며, 1~3주간 사이에 100% 가까이 죽는다.
예방을 위해 바이러스 백신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다른 가축에게 전염되지 않고 인체에도 아무런 영향이 없다.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지만, 북미, 오세아니아, 유럽 일부에서는 박멸되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돼지콜레라 청정 지역으로 선포되기 위해서는 ▲최근 3년간 돼지콜레라 발병 사실이 없고 ▲돼지콜레라 예방 접종이 이뤄지지 않아 사육 돼지에서 항체가 소멸한 지 6개월이 넘어야 한다.
[제주서 돼지 콜레라 발생, 1998년 이후 18년만에 확진…"돼지 4600마리 살처분"]
돼지콜레라 주요한 발생 원인은 방역 차단 소홀로 외부에서 감염된 돼지가 유입됨으로써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농장 내에 약병원성 바이러스가 내재하고 있어 감염된 어미 돼지에서 태반감염이 지속해서 일어나 농장내 바이러스가 퍼지는 경우가 있다.
돼지콜레라의 원인체는 바이러스이므로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신속히 가축방역기관에 신고하여 정밀검사를 받아야 하며 돼지 콜레라로 확정되는 경우에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신속하게 조처를 취해야 한다. 양돈장에서 신고하지 않고 임의대로 감염 돼지를 처리하는 경우 질병을 확산시켜 피해를 가중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국가방역기관의 조치를 지켜야 한다.
돼지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 SI)는 돼지가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이다. 감염된 돼지와의 직접 접촉이나 공기를 통해 인간에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복기는 1~7일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감염된 사람의 호흡기 분비물에 의해 전파된다. 발열, 콧물 혹은 코막힘, 기침, 인후통과 같이 독감 같은 증상이 있고 설사와 구토 증상을 수반하기도 한다. 호전되기도 하나, 일부의 환자에서는 악화하여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돼지인플루엔자에 걸린 돼지는 71도 이상에서 익혀 먹으면 문제가 없으며 감염이 의심되면 최소 일주일은 직장이나 학교를 쉰다. 가급적 집에 머물면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한다.
감염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개인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손만 제대로 씻어도 감염 질환의 70% 정도를 예방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딱딱한 표면에서 48시간까지 살 수 있으므로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오염되기 쉬운 물체를 만진 뒤에는 반드시 세정제 등으로 손을 씻어야 한다.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행동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손에 있던 바이러스가 입이나 코 등의 호흡기 점막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침 증상이 있으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휴지로 입과 코를 가려고 휴지가 없다면 소매로 가리고 기침하는 것이 좋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건조한 점막에 잘 들러붙는 특징이 있으므로 물을 수시로 마셔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하면 독감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AI)는 급성 전염병으로 전파가 빠르고 병원성이 다양하며 닭, 칠면조, 오리, 야생 조류 등 여러 조류에 감염되어 사료 섭취의 감소, 급격한 산란율 저하 및 폐사를 보이는 조류 질병이다.
전염성과 폐사율이 낮으면 저병원성, 높으면 고병원성으로 분류한다. 고병원성은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 사람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는 'H5N1'형(形)으로 치사율이 60%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망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고(高)병원성 AI는 가축의 폐사율이 높아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되며, 고병원성에 걸린 닭·오리라도 75도 이상에서 5분 이상 조리해 먹으면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복기는 수 시간에서 3일 정도이며, 최대 잠복기는 21일로 보고 있다. 직접적인 접촉이 가장 큰 전파 경로로 사람의 발, 사료, 차, 계란 표면의 분변 등이 묻어 전파된다. 분변 속에 있는 바이러스는 4℃에서 35일 이상 생존이 가능하며 오염 분변 1g은 약 100만 수의 닭을 감염시킬 수 있다.
특히 겨울철 북방 철새에 의해 감염되는 만큼 야생 조류에 의한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발병 초기 침울과 졸음 증상이 나타나며 닭 볏 및 피부에 출혈과 괴사가 일어나며 심장외막 지방의 점상출혈 등이 나타난다.
예방으로 백신을 사용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만, 분변으로 배출되는 바이러스를 막을 수 없으므로 발생 초기 적극적인 살처분과 방역이 가장 중요하다. 소독에 약하므로 일반적인 소독약제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뉴캐슬 바이러스에 기인하여 닭, 오리, 칠면조 및 메추리 등 많은 종류의 조류에서 발병하는 전염병이다. 계절과 관계없이 발생하며 전파가 매우 빠르고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닭은 발병 2-15일 사이에 100% 폐사한다. 닭이 전염에 가장 취약한 만큼 닭에게는 가장 무서운 전염병이다. 사람에게도 결막염을 일으킨다. 한국에서는 1926년부터 발생하여 오늘날까지 닭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고 있다.
폐사율(斃死率)이 높고 전염성도 강하며, 주로 호흡기증세와 신경증세, 때로는 소화기 장애까지 일으킨다. 이 병은 병원성이 강한 바이러스에 의해서 일어나는 악성 아시아형과 병원성이 약한 바이러스에 의해서 일어나는 아메리카형이 있다. 한국에서는 주로 2년 주기로 크게 발생한다.
호흡기 증상이 특이하고 중추신경이 마비되며, 걷지 못하고 주저앉으며, 경련 등이 일어난다. 산란 닭인 경우 산란이 저하되거나 중지되기도 하고 결막염, 녹색변 등이 보인다.
뉴캐슬병이 발생하면 이동제한, 살처분 조치가 되기 전에 이미 폐사하므로 적기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와 같이 가축전염병이 생기기 전 철저한 예방도 중요하지만 전염병 직후의 대처는 촉각을 다투는 매우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대부분이 방역, 백신, 전염병 개체의 살처분등으로 확산을 막고 있지만 문제는 살처분 이후에도 발생한다.
살처분한 가축은 여기저기 무차별로 구덩이를 파 매장하는데 가축 매몰지로 인한 '2차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제주대 의대 이근화 교수(미생물학)는 "전국 어디에 매몰지가 있는지, 어떤 병원균이 어떤 병을 일으키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정부가 상세하게 국민에게 알려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동물 사체를 묻은 곳은 바이러스나 기생충뿐 아니라 온갖 병원균의 원천이라고 봐도 된다. 이런 매몰지가 전국에 숱하게 깔려 있는데, 매몰지 침출수가 지하수·토양을 1%만 오염시켜도 사람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기온이 올라가면 주춤해지지만 (가축 사체에서 번식되는) 병원성 세균들은 기온이 올라가면서 더 활발하게 증식하기 때문에 앞으로 위험성이 점점 부각될 것이다." ▶기사더보기
[매몰지 10~130m 인근 뚫어 측정… 지하수에는 대장균 등 세균 득실]
또한 살처분 현장을 목격하거나 작업한 사람들의 정신과 심리 상태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 '아비규환(阿鼻叫喚)'이었습니다. 굴삭기에 꽂힌 삽으로 돼지를 찍어 죽이면 두 동강이 났습니다. 구제역에 걸린 돼지들을 (생매장하려고) 구덩이까지 억지로 몰고 가면, 피가 철철 나면서 발톱이 여기저기 길 주변으로 빠졌습니다. 아직도 돼지족발만 보면 헛구역질이 나옵니다."
공무원들은 한 목소리로 "축산 일을 전혀 해보지도 않았던 공무원들이 살처분 현장에 투입돼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했다. 실제로 정부는 공무원들의 정신적 피로가 큰 것으로 보고, 정신건강서비스에 대한 안내문을 발송하고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소개했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 공무원들은 "살처분 작업에 동원된 뒤, 밀려 있는 원래 업무를 하느라 제대로된 치료를 받기는 커녕 휴일조차 챙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사더보기
구제역이 연례행사가 된 또 다른 요인으로 농민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지적한다. 백신이 젖소의 우유 생산량을 떨어뜨린다거나 사산율, 기형 송아지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많은 축산 농가가 백신을 놓지 않고 어물쩍 넘어간다는 것이다. 지인배 농촌경제연구원 축산실장은 "무허가 축사 비율이 높고 우리 농가의 방역 의식 자체가 선진국보다 뒤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기사더보기
가축전염병은 우리나라에만 떠돌고 발생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청정국가로 소문난 덴마크나 이웃 일본 등 축산 선진국들은 구제역이 발생할 때마다 뒷수습에 급급한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수출국인 덴마크의 가축 방역 원칙은 사전 예방이다. 핵심은 농장과 수의사 간 협업 시스템이다. 덴마크 농장들은 매일 자기 가축을 검사해 의심스러운 가축이 있으면 바로 수의사에게 연락해야 한다. 수의사는 이를 지역 방역 기관에 전하고 방역 기관은 해당 농장을 조사한 결과를 중앙 방역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규모가 큰 농장은 수의사와 자문 계약을 체결해야 하고, 자체 방역 계획을 세워 지역 방역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덴마크 당국은 또 기르는 가축의 종류, 이동 날짜 등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어 관리한다. 관련 정보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농장은 보조금을 깎거나 벌금을 내리기도 한다.
일본도 모범 국가로 통한다. 일본도 2000년과 2010년 구제역이 발생했지만, 대응 방식은 우리나라와 달랐다. 일본은 2011년부터 민방위 훈련하듯 방역 연습을 하고 초동 대응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점검하고 있다. 구제역 복권을 발행해 그 수익으로 예방 체계를 구축한 점도 특이하다. 살처분 가축에 대해선 시세의 100%를 보상해 주지만 예방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농가는 아예 보상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법제화했다. 농가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다. ▶기사더보기
바이러스 전문가 네이선 울프는 저서 '바이러스 폭풍(The Virus Storm)'에서 "문명은 최첨단을 질주하고 있지만, 대참사를 부르는 병원균에 대한 지식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2001년 4월부터 9·11을 지나 2002년 8월까지 세계에서 약 8,000명이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8년 뒤인 2009년 4월부터 2010년 8월까지는 1만8000명이 신종플루로 사망했다. 1918년 세상을 휩쓴 인플루엔자로 약 5000만 명이 사망했고 당시 세계 인구의 3%에 달하는 숫자다. 20세기에 일어난 모든 전쟁에서 전사한 군인들을 합한 것보다 많으니, 지난 세기 최악의 재앙으로 불릴 만하다."고 했다. ▶기사더보기
균과 바이러스는 또 어디선가 발생하고 어떻게 변종으로 진화할지 예측할 수 없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뒤늦게 방역하고 살처분하고 매몰하여 우리 눈에 안 보이면 재난의 마무리라고 생각하는 방식으로는 닥쳐올 바이러스의 재앙을 막을 수 없다.
가축전염병 발생방지에 대한 철저한 준비, 사태에 대한 위기감으로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전염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