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역사의 종말'로 유명한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9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을 거론하며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역사의 종말'을 집필하던) 25년 전만 해도 나는 민주주의가 어떻게 후퇴할 수 있는지 생각하지도 못했고 이론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분명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세계화가 민주주의 국가에 내부 긴장을 조성했다"며 "여기에 이민자와 다문화주의에 대한 불만이 합쳐져서 선동적 포퓰리즘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같은 국제기구가 난민 문제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EU가 분명히 흐트러지고 있다"며 "유럽 정체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어떤 투자도 없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서 반(反)세계화를 주장하는 극우·포퓰리즘 정치인이 부상했다는 것이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너무나 민감해 어떤 비판도 개인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며 "대통령이 되기에 그렇게 불안정한 성격을 가진 사람을 솔직히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부와 정치적 반대자, 주류 언론 등을 공격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민주주의) 제도의 쇠퇴와 민주적 기준의 약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에 국한된 게 아니라 미국 정계 전반이 문제"라며 "만약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공격하기 시작하고 자신의 합법성을 훼손하기 시작하면 훨씬 더 심각한 문제에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이 현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공포보다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오스트리아 대선에서 중도 좌파 후보가 극우 성향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을 거론하면서 "유럽 사람들이 '트럼프 같은 바보를 뽑은 몰상식한 미국인처럼 되고 싶지 않아'라고 말을 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