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지, 아이유, 설리 등 일부 여성 연예인들이 '로리타 콤플렉스' 컨셉으로 사진·영상촬영을 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이 때문에 한동안 언론사들이 로리타 콤플렉스를 거론한 기사를 무더기로 쏟아냈다.
하지만 이들 중 로리타 콤플렉스에 대해 정확히 설명한 곳은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 언론이 이쪽 문화를 다룰 때 대개 그렇듯, 대부분은 자기들 글쓰기 편할 대로 용어를 멋대로 재정의하고 기사를 썼을 뿐이었다. 언론이 잘못된 정보를 마구 퍼트리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그들이 '하류' 취급하는 문화 영역일지라도 말이다.
어차피 연예계에서 로리타 콤플렉스를 겨냥한 컨셉을 계속 내놓고 있으니, 앞으로도 이 단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일은 꽤나 많을 것이다. 그러니 이 기회에 용어의 뜻을 정확히 짚어보자.
◇로리콘은 범죄입니다
로리타 콤플렉스의 정확한 정의는 '(2차 성징 이전의) 9~14살 여성에 대한 성적 끌림'이다. 이는 미국 작가 러셀 트레이너(1921~1992)가 1966년 쓴 책 '로리타 콤플렉스(The Lolita complex)'에서 해당 용어를 최초로 언급하며 내린 정의다.
하지만 국내 언론 대부분은 그 대상을 '미성숙한 여성'으로 뭉뚱그리거나, 아예 '미성년자'로 잘못 지칭하고 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느냐면, 서브컬쳐계에서 종종 벌어지는 '로리콘(='로리타 콤플렉스'의 일본식 표현) 범죄' 논쟁 때문이다. 일부 오타쿠는 이 기사들을 믿고 "법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만 13세 이상이고 서로 동의해 성관계할 경우 성인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며 "로리콘이 모두 범죄인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잘못된 정보가 이들에게 괴상한 변명거리를 주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원전(原典)에 따르면 로리타 콤플렉스의 대상 범위는 9~14살 여성이다. 한국 현행법상 13세 미만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는 모두 성폭행(의제강간)이다. 합의가 있어도 처벌이다. 설령 그 이상 연령대라도, 본인이 원하지 않는 성행위는 물론 성적 대화의 소재로 삼는 성희롱이나 성추행은 모두 처벌 대상이다.
또한 그 연령대를 다룬 성인물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걸린다. 아청법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해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은 몽땅 경찰서 정모 티켓이 된다.
즉, 정확한 용어 정의대로라면, 자신이 로리콘이라 떠드는 이는 얄짤없이 철창감이다. 그러니 로리콘이 뭐가 나쁘냐고 떠들어대지 말자 좀. 무식과 성기는 소지 자체가 죄는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꺼내 휘두르는 순간 죄가 된다는 걸 명심하자.
◇엄밀히 말하면 유래도 틀렸다
또, 엄밀히 말하면 로리타 콤플렉스의 유래도 거의 모든 언론이 잘못 소개하고 있다. 처음 부분에 언급했듯, 로리타 콤플렉스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쓰인 곳은 트레이너의 저작이다. 하지만 대부분 기사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1899~1977)가 1955년에 쓴 소설 '롤리타(Lolita)'에서 나온 말이라 적혀 있다.
'롤리타'는 12살 소녀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는 중년 남성의 심리를 묘사한 소설이다. 여주인공 돌로레스의 애칭이 '롤리타'다 보니 이 소설에서 곧장 로리타 콤플렉스라는 단어가 나온 거라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로리타 콤플렉스라는 말은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의 심리현상을 트레이너가 정리해 책으로 발표하며 처음 등장했기 때문에, 트레이너의 저서에서 유래했다 보는게 보다 정확하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유래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논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해소(1924)'이지, 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의 작품 '오이디푸스 왕'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참고로 로리타 콤플렉스의 유래를 트레이너가 쓴 책으로 올바르게 설명한 기사가 국내에 딱 하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글에서는 트레이너가 책을 쓴 경위를 잘못 설명했다. 기사에는 "'롤리타' 소설의 내용 때문에 논란이 일자 러셀 트레이너 박사가 책에 언급되는 심리를 연구해 '로리타 콤플렉스'로 발표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트레이너는 디트로이트대 로스쿨 졸업이 최종 학력이며, 심리학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다.
◇서태지나 문희준은 로리콘이 아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어느 기사에는 "28세와 31세는 불과 3년차이지만 그 느낌은 태산같다. (…중략…) 바꿔 말하면 남자들은 거의 대부분 로리타컴플렉스를 지니고 있다는 증거다.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어 연상의 여자를 사귀고 결혼까지 하는 이들이 많지만 결국 그 남자들도 나이가 들면 연하의(때로는 아주 어린) 여자를 좋아하기 마련이다."고 적혀 있다. 남녀 커플간에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을 로리타 콤플렉스로 잘못 알고 쓴 것이다.
쭉 설명했듯, 로리타 콤플렉스는 특정 연령대를 표적으로 한 성적 애호다. 나이 차이가 몇살이건, 여성이 15살만 넘어가면 로리타 콤플렉스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태지(45)-이은성(29)이나 마동석(46)-예정화(29), 문희준(39)-소율(26) 등은 모두 로리타 콤플렉스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알지 못해 여성이 매우 어리다는 이유로 남자를 로리콘으로 몰아붙인 기사가 적지 않다. 국내 공인(公人) 중 로리타 콤플렉스로 법적 처벌을 받아 마땅한 인물은 고영욱 뿐이다.
◇'주류' 다루는 정성으로 '서브컬쳐'도 다루면 안 되나
사실 이 글을 통해 로리타 콤플렉스의 정의뿐 아니라 서브컬쳐를 대하는 언론의 태도를 짚어보고 싶었다. 물론 요즘은 어느 분야에서나 부정확한 정보의 글이 넘쳐나기 때문에 비단 서브컬쳐 분야에만 질 떨어지는 기사가 쏟아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정치, 경제 등을 다룬 기사에서는 이른바 '정론직필'을 하면서도, 서브컬쳐 쪽은 정확한 이해 없이 내키는 대로 기사를 쓰는 언론사도 적지 않다.
당연히 서브컬쳐가 정치, 경제, 사회 등 여타 분야보다 달리 우대받아야 할 곳은 아니다. 그렇다 해서 딱히 무시당할 이유도 없다. 정보 전달자라면 어느 분야를 다루건 정확하고도 풍부한 취재를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비록 그것이 세상 사람들이 '하류'라 부르는 분야일지라도 말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배웠다.
입력 2017.02.07. 14:32업데이트 2017.02.0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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