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불사동(冬來不似冬)'. 겨울이 왔지만 겨울 같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요즘과 달리 1950~1970년대에는 동장군의 위력이 대단했다. 오죽 추웠으면, 혹독한 겨울을 의인화해 '겨울장군 동장군'이라고 불렀을까. 몇 해 전,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이 나라기록포털에 공개한 1950~ 1970년대 겨울 생활상을 보면, 빙상대회장이 된 한강에서 낚시를 하는 강태공과 소달구지를 올려 얼음을 채빙할 정도로 두껍게 얼어붙은 모습이 보는 것만으로도 온 몸과 마음을 스산하게 만든다. '겨울에는 겨울답게 추워야 제 맛이지'라며 최근 엘니뇨 영향으로 인한 겨울철 이상고온의 현상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미세먼지 하나 없이 파란 하늘 아래에서 동장군을 벗 삼아 겨울놀이를 하던 추억 때문일까. 그런 추억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겨울을 한 번 제대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여행지를 소개한다.

◇수많은 여행자의 버킷리스트, 오색찬란 오로라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의 옐로나이프는 미국항공우주국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오로라 관측지로, '멀리서 어렴풋하게'가 아닌 '바로 내 머리 꼭대기'에서 쏟아지는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오로라는 라틴어로 '새벽'을 뜻하며, 캐나다 사람들에게는 '북극의 빛' '빛의 커튼'이라고 불린다. 또한 오로라는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 가운데 가장 경이로운 현상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밤하늘을 수놓은 오색찬란한 오로라의 향연은 막연한 환상이 현실로 이뤄지는 꿈같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캐나다 옐로라이프 오로라 관측의 최적기는 매년 11월에서 이듬해 3월 말로, 그 화려한 색과 움직임 등을 관찰하며 '인생샷'을 남겨보자.

빛의 커튼이라 불리는 오로라가 펼쳐질 때면, 하늘에서는 순식간에 밤이 아침으로 바뀌는 기적이 일어난다.

◇겨울 놀이 하며 동심 찾아볼까

옐로나이프 오로라 타운에서는 추운 지방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겨울 액티비티도 준비돼 있다. 스노우 스쿠터나 개썰매를 타고 호수를 달리는 체험, 극지방 얼음낚시 등은 어릴 적 동장군 추위 속에서도 추운 줄 모르고 놀았던 추억을 회상시킨다. 전통적인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스노우슈를 신고 숲 속을 산책하는 체험도 인기다. 야생동물의 발자국, 생식하는 식물, 선주민들의 전통 생활 방식에 대한 이야기는 구들장 아래에서 듣던 할머니의 옛 이야기와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

◇타키니 온천에 몸 담근 채 하늘바라기

캐나다 유콘 준주 화이트호스에서도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다. 화이트호스에서는 어둠이 깊어지는 12월부터 4월 중순까지가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보통 오후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에 장엄한 빛의 쇼가 펼쳐지는데 빛이 약할 때는 하얗게 보이지만 강할 때는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나타난다. 언제 나올 줄 모르는 오로라를 보기 위해 추운 겨울 밤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때, 타키니 온천에서의 이색적인 체험을 하나 더 추가해보는 것도 좋겠다. 타키니 온천은 유콘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로 현재까지 100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 섭씨 45도 온천 풀의 자연 광천수에 몸을 담근 채 다채로운 빛깔을 뽐내는 천상 쇼를 즐기는 묘미란, 말해 무엇하랴.

◇트롤이 산다는 노르웨이 북부 산 속 하룻밤

보트트립으로 노르웨이의 빙하를 관망하는 관광객 모습./ⓒC.H

노르웨이에서 눈은 겨울이면 찾아오는 일상의 하나다. 노르웨이인들은 겨울에 내리는 눈을 그 누구보다 반긴다. 자연을 벗 삼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곳에는 허스키 썰매, 스노우 스쿠터, 보트 트립, 킹크랩 낚시 등 각종 겨울 스포츠가 잘 마련돼 있다. 또한 노르웨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자랑하는 작은 마을 키르키네스에는 매년 12월부터 4월 사이에만 관광객을 맞이하는 특별한 호텔이 있다. 트롤이 산다는 눈 쌓인 산 곳곳에 위치한 스노우호텔은 세계적인 여행리뷰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즈에서 5점 만점에 4점 호텔로 소개된 바 있고, 방문한 게스트들은 "환상적이고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고 말한 곳이다.

스노우호텔은 눈이라는 자연 그대로의 단열체로 유지된다. 예부터 들꿩이 깊은 눈 속에 동굴을 파고 쉼터를 만들어 겨우내 에너지를 유지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 원리가 대략 이해가 될 터. 바깥 온도가 영하 30도 아래로 떨어져도 호텔 내부는 영하 4도의 상대적인 따뜻함을 유지한다. 객실은 5㎡ 크기이지만 작은 공간 안에는 편안한 밤을 위한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다. 얼음 위에서 잠을 잘 생각을 하면 온몸이 서늘해지지만, 사실상 얼음 블록 안에 포근한 침대와 매트리스가 마련돼 있어 따뜻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다. 20개의 객실은 북극의 문화나 대자연 등 각각의 테마로 꾸며져 있으며, 모든 객실에는 문 대신 투숙객의 열기와 습기 배출 등 공기 순환을 위한 커튼이 달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