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1)씨의 최측근이었다가 사이가 틀어지면서 국정 농단 의혹을 언론에 폭로한 고영태(41)씨가 최씨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최씨가 구속된 이후 두 사람이 법정에서 대면한 것은 처음이다.
고씨는 6일 오후 1시56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고씨는 “그동안 잠적한 이유가 무엇이냐” 등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곧장 법정으로 들어갔다.
펜싱 국가대표 출신인 고씨는 최씨 소유의 스포츠 기획사인 더블루K 이사로 근무한 최씨의 최측근이었다. 고씨는 2014년부터 최씨가 사이가 틀어졌고, “최씨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고치는 일”이라고 언론에 폭로했다.
또한 2014년 10월 최씨가 서울 강남의 한 의상실에서 청와대 행정관들을 비서처럼 부리며 박근혜 대통령의 의상을 제작하던 동영상을 TV조선에 제보하는 등 '내부 고발자' 역할을 해왔다.
고씨는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씨가 우리나라 권력서열 1위라는 것에 동의한다” “최씨에게 김종 전 차관은 수행비서쯤 된다” 등의 발언을 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헌법재판소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는 등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외국 잠적설’ ‘실종설’ 등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최씨는 고씨가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정농단 의혹이 확산하는 계기가 된 태블릿PC를 두고 최씨는 자기 물건이 아니라며 고씨가 모함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지난달 헌재의 탄핵 변론에서도 “고씨가 ‘정권이 끝날 무렵 게이트를 터뜨리겠다’고 협박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앞서 “탄핵심판 사건의 시작은 최씨와 고씨의 불륜”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지난 1일 탄핵심판 10차 변론에서 “(이번 사건은) 대통령의 40년 지기(知己)로서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던 최서원(최순실의 개명 후 이름)씨가 고씨와 불륜에 빠지면서 시작됐다”며 “최씨와 대통령의 관계를 알게 된 일당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다 실패하자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 사건을 악의적으로 왜곡해 제보하면서 완전히 다른 사건으로 변질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