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기자의 사진을 넣어 만든 '가상 공무원증'. 공무원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는 회원들의 신청을 받아 이처럼 사진을 합성해 제공하고 있다.

2년째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모(26)씨는 공부가 힘들고 나태해질 때마다 휴대폰 화면의 공무원증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공무원증 속 김씨는 진한 파란색 경찰 제복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다. 머리 위쪽엔 참수리가 그려진 경찰 로고가 박혔고 아래엔 김씨의 이름 석 자가 또렷이 적혔다. 김씨는 이 공무원증을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해두고 독서실 책상과 스터디 플래너 등 손 닿는 곳마다 붙여뒀다.

공무원증은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교육을 마친 뒤 발령을 받은 뒤에야 손에 넣을 수 있다. 하지만 김씨를 포함한 상당수의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수험생 모임에서 자체 제작한 ‘가상 공무원증’을 보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 김씨는 “인터넷 카페에 증명사진을 올리고 하루 정도면 가상 공무원증이 완성된다”며 “공부를 오래하다 보니 마음이 불안하고 나태해지는 것 같아 신청했다”고 했다.

네이버 카페 ‘경꿈사(경찰공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와 다음 카페 ‘공수모(공무원 수험생 모임)’에서는 증명사진을 올리면 이미지 툴로 합성해 가상 공무원증을 만들어주는 게시판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불안감이 커질 때 합격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힘을 내라는 의미에서다.

‘경꿈사’는 2015년 8월부터 ‘경찰이 된 나의 모습’ 게시판을 운영하며 하루 최대 10건의 가상 공무원증을 만들어 게시했다. 수험생이 증명사진을 올리면, 카페의 관리자는 “OOO님 경찰공무원에 합격하셨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가상 공무원증 2장과 경찰 제복을 입은 증명사진 4장을 올린다. 게시판에 공개된 300여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이 카페에서 가상 공무원증을 만들었다. ‘공수모’에서도 지난해 9월부터 ‘공무원 합격을 축하드립니다’라며 얼굴을 합성하고 이름과 근무처를 새긴 가상 공무원증을 만들어주고 있다.

정식 공무원증(왼쪽)과 경찰공무원 수험생 카페에서 발급해주는 가상 공무원증(오른쪽).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 공무원증은 정식 공무원증과는 생김새가 다르다. 정식 공무원증 상단에는 ‘공무원증’이라고 적힌 까만 글씨 기준 왼쪽에 태극문양을 무궁화 꽃잎 5장으로 감싼 대한민국 문장(紋章)이 있고, 오른쪽엔 금색 경찰 로고가 박혔다. 사진 아래엔 소속 부처를 표시했다. 가상 공무원증에는 소속 부처 아래 카페 이름을 표시해 실제 공무원증이 아님을 명확히 했다. 공수모 측은 “처음엔 실제 공무원증과 같은 모양으로 가상 공무원증을 만들었지만 인사혁신처에서 ‘좋은 의도지만 다른 곳에 이용될 수 있다’고 연락이 와 변경했다”고 밝혔다.

인사혁신처측은 “공무원증을 위조할 경우 형법 225조(공문서 등의 위조·변조)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해당 카페에서 제작하는 가상 공무원증은 현행 공무원증과 양식이 다르고 카페 명칭이 기재돼 있어 실제 공무원증으로 오인할 정도로 형식적 외관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육안으로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양식과 규격, 기재사항이 실제 공무원증과 유사하게 제작·배포·사용될 경우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어 허용하기 어렵다고 안내할 예정”이라고 했다./손호영 기자, 김민정 인턴기자(중앙대 신문방송학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