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5일, 카메라용 필름 생산 업체인 코닥은 2012년 생산을 중단한 엑타크롬 필름을 올해 4분기부터 다시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수 지드래곤과 배우 이성경은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필름 카메라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 불을 지폈다. 필름 카메라에 대한 대중 수요는 여전히 죽지 않고 있다.
‘필름 카메라’ 마니아 중 일부는 ‘빈티지 필름’으로 관심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빈티지 필름’이란 사진의 이미지가 오래전 찍은 필름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을 의미한다. 블로그나 SNS에서는 ‘빈티지 필름’으로 찍은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빈티지 필름'은 정확히 어떤 필름을 의미할까.
필름사진 인화 업체 스튜디오인의 정연민 대표는 "빈티지 필름이란 개념은 따로 없다"고 했다. 정 대표는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을 쓰면 색상과 질감에 왜곡이 생기는데, 이 특징을 잘 활용하면 최근에 촬영한 사진이라도 오래된 사진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사람들이 '빈티지 효과'라 부르니까 자연스럽게 오래된 필름을 '빈티지 필름'으로 부르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필름의 유효기간은 생산일로부터 약 2년이지만,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했을 경우 유효기간이 지난 후 1~2년까지는 화질의 큰 변질없이 사용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필름 사진 촬영이 취미인 박진성씨는 ‘빈티지 필름’ 수요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 번째는 ‘빈티지 효과’를 기대하는 경우. 박 씨는 “필름의 경우 유통기한이 지나면 필름에 칠한 약품 중 빛에 반응하는 감광유제가 변형되고, 이 경우 빈티지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특정 필름의 색감을 추구하는 경우. 코닥에서 출시한 ‘E100VS’, 후지의 ‘리얼라’ 등은 이미 단종된 필름. 그러나 박씨는 “필름을 냉장고 등에 보관하면 필름 특유의 색감이 유지된다”고 했다. ‘그 필름만의 맛’을 잊지 못하는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빈티지 필름은 개인 간 거래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아 가격도 들쭉날쭉이다.
'SLR클럽' 등의 카메라 동호 사이트와 '중고나라' 등 중고 전문 거래 사이트에서는 이런 단종 필름들이 묶음 판매되는 경우가 대부분. '리얼라100'의 경우 한 필름 판매점에서는 1롤당 8000원에 판매된 반면 'SLR클럽' 내 장터에서는 18롤에 54000원에 판매가가 붙어있었다. 'E100VC' 역시 롤당 5000원부터 13000원까지 가격은 다양하다.
그렇다면,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빈티지 필터'를 적용한 경우와 '빈티지 필름'으로 촬영한 사진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진작가 박승민씨는 "디지털 후보정이나 필터 적용으로도 빈티지 효과를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래된 필름의 느낌을 완전히 모방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박 씨는 "필름의 보관 상태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제대로 보관하지 못한 필름을 사용하면 왜곡이 지나치게 과해질 수 있는데, 이 경우 기대했던 빈티지 효과를 내기 힘들다"라 설명했다.
빈티지 효과를 내기 위해 오래된 필름을 이용하는 것에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정적 의견이었다. 정연민 대표는 “오래된 필름은 필연적으로 사진 품질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며 “빈티지 효과가 목적이라면 DSLR이나 일반 필름으로 촬영한 뒤 후보정으로 효과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박승민 씨는 “중요한 사진의 경우 오래된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 게 좋고, 소소한 일상을 담는 사진에 오래된 필름을 사용한다면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정순민 인턴기자 (한양대 전자공학과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