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8000년 전 신석기(新石器) 시대에 살았던 한국인 조상의 유전자가 최초로 해독됐다.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게놈연구소장(생명과학부 교수)이 이끄는 국제공동연구진은 1일 "두만강 위쪽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 '악마문 동굴'(Devil's Gate cave)에서 발견된 7700년 전 인류의 게놈(유전 정보)을 해독했다"고 밝혔다. 악마문 동굴인(人)의 유전자는 현지에 사는 울지(Ulchi)족과 가장 흡사했으며, 근처 원주민을 제외하면 현대인 중에서는 한국인이 가장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한국과 러시아·영국·아일랜드·독일 과학자들이 참여한 국제연구진은 악마문 동굴에서 발견한 20대와 40대 여성의 머리뼈〈사진〉에서 DNA를 추출해 해독했다. 게놈연구소 전성원 연구원은 "세포핵 DNA뿐 아니라 모계(母系)로만 유전되는 세포핵 밖의 미토콘드리아 DNA도 한국인이 주로 가진 것과 같았다"며 "유전자로 보면 악마문 동굴인은 한국인의 조상과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굴인은 오늘날 한국인처럼 갈색의 눈동자와 삽 모양의 앞니를 만드는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고 고혈압에 약하며 마른 귓밥이 나오는 유전적 특징도 있었다. 모두 동아시아인의 전형적인 특성이다.

[게놈 (genome)이란?]

공동 교신저자인 안드레아 마니카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이번 결과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이중(二重) 기원설'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이중 기원설은 3만~4만 년 전 현생 인류의 조상이 동남아시아에서 극동아시아로 이동해 정착했고, 이들이 1만 년 전 농경이 시작되면서 새로 남쪽에서 올라온 무리와 섞였다는 이론이다.

서정선 서울대 의대 교수는 "고대인의 유전자를 통해 한국인의 유전적 뿌리를 밝힌 성과"라면서도 "이중 기원설을 입증하려면 북방계 사람들의 DNA 분석 결과가 더 많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