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의 힘
제니퍼 자케 지음|박아람 옮김|책읽는수요일|288쪽|1만4000원

“수치는 단순히 감정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수치 주기는 누구든 사용할 수 있는 비폭력적인 저항 방식으로, 죄책감과 달리 집단의 행동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금 체납자의 금고에서 돈을 꺼내오고 교통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며, 교묘하게 법을 피해가는 미꾸라지들의 파렴치한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바로 ‘수치심’이다.

신간 ‘수치심의 힘’은 수치심의 기원과 사회적 속성을 깊이 탐구하며, 이를 이용해 정치적 변화와 사회적 개혁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탐구하는 책이다. 집단 행동 설계 전문가인 저자 제니퍼 자케는 풍부한 사례와 일화, 그리고 여러 실험을 통해 사회·정치적 변화와 조직 혁신에 수치심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저자는 효과적인 수치 주기 전략의 속성을 소개한다. 먼저 주변인을 끌어들인다. 예를 들어, 각종 금연 캠페인도 주변인이 한편으로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수치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때로는 정식 처벌이 시행되지 않아도 수치 주기만으로 행동의 개선을 독려할 수 있다. 한 병원 매점의 식품 일부에 ‘건강에 좋지 않은’이라는 라벨을 붙이자, 건강에 좋은 식품의 판매가 6% 증가했다. 핀란드 정부는 1993년부터 염분 함량이 높은 식품에 라벨을 붙이도록 요구했고, 그 결과 전체 소금 소비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한편, 수치를 주는 것보다 그에 대한 위협을 가하는 것이 더 유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주의 세금 체납자 수치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명단 공개 6개월 전에 체납자들에게 미리 편지를 보내 수치를 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수치심은 인류 공동체의 가장 오래된 감정 중 하나이자, 집단 내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이다. 수치 주기는 누구든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며, 집단의 행동 방식과 규범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저자는 수치 주기를 통해 지속적으로 협동을 위협하는 ‘썩은 사과’들을 골라낼 수 있다고 충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