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메이션
제임스 글릭 지음|박래선·김태훈 옮김|동아시아|656쪽|2만5000원

“정보가 너무 많고, 또 너무나 많은 정보가 분실된다. 색인이 없는 인터넷 사이트는 도서관의 잘못된 서가에 꽂힌 책과 마찬가지로 연옥이다.…검색과 필터링은 이 세계와 바벨의 도서관 사이를 가르는 모든 것이다.”

아프리카 원주민은 북을 쳐서 멀리 있는 사람에게 의사를 전달했고, 조선시대에는 파발이나 봉화로 긴급한 사안을 알렸다. 이후 정보의 역사는 19세기 유럽에서 전신이 발명되면서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신간 ‘인포메이션’은 교양과학서 중 전설적 베스트셀러인 ‘카오스’의 저자 제임스 글릭이 정보의 역사와 이론뿐만 아니라 정보 혁명의 함의까지 담아낸 책이다.

저자는 정보를 ‘역사, 이론, 홍수’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바라본다. 우선 정보의 역사는 상형문자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자화된 언어는 진화했고, 사전이 탄생했다. 사전의 발명으로 추상적 개념들이 분화되며 구체화됐고, 지식이 체계화됐다. 전신의 발명 또한 정보의 전달속도와 형태를 완전히 뒤바꿔놨다.

모든 정보를 0과 1의 1차원 배열로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은 정보의 역사에서 커다란 분기점이 된다. 이제 모든 정보가 수로 표현 가능해졌다. 괴델, 튜링, 섀넌과 같은 정보과학의 대가들은 세상의 모든 사고와 논리는 정보처리에 불과하며, 정보는 수로 나타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상은 0과 1이 동시에 될 수도 있는 중첩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우주는 곧 정보가 된다.

정보는 생물학적이기도 하다. 생명의 핵심으로 불리는 DNA는 네 개의 기호로 이뤄진 정보테이프이고, 생명은 이를 전달하는 기계이다. 뿐만 아니라 유기물이 아닌 또다른 정보 전달 매체들도 생명처럼 행동할 수 있다. 행운의 편지, 유행이나 종교 등 리처드 도킨스가 말하는 ‘밈’이 바로 그것이다. 정보는 이렇게 생명을 넘어선 또다른 생명들까지 포괄하게 된다.

21세기를 흔히들 정보의 홍수시대라고 말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양의 정보가 가장 빠른 속도로 전달되고 있다. 신간 ‘인포메이션’은 이러한 정보의 관점에서 과거와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