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듯한 모습과 근사한 말투로 자신을 치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이길 주저하지 않는 배우. 진심은 통한다는 믿음을 가진 진짜 배우 유선을 만났다.
촬영이 끝나고 유선과 마주 앉았다. 그녀가 자리를 바꿔 앉자 했다. 오가는 사람들 때문에 인터뷰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녹음기를 켜고 인터뷰를 시작하자 그녀는 자세를 고쳐 앉고 질문하는 이를 응시했다. 눈빛에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담는다는 그녀는 질문하는 내내 시선을 피하지도, 소위 웃음이라는 대화의 기술도 쓰지도 않고 그저 담담히 질문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해 답했다.
드라마 의 순진녀 복실이부터 영화 의 절절한 모성애를 지닌 엄마, 영화 의 사이코패스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의 맏딸 재순이까지, 그녀가 맡았던 역할은 참 다채로웠다. 어떻게 한 사람이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까 싶던 의문은 마주 앉은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니 이해될 것도 같았다. 빨아들이는 힘, 흡입력이 있는 눈빛을 지녔기 때문이다. 눈빛은 거짓말을 못한다는 그녀의 말대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이며 다가오는 정공법 앞에서 어느 누구도 마음을 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녀에게 실제 자신은 어떤 사람이냐 물었다. 작은 것에도 영향을 받을 만큼 여린 면도 있지만 일을 할 때에는 완벽하게 준비하려는 탓에 차가운 이미지로 비치는 일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그녀를 아는 지인들은 그녀를 허당에 눈물 많고 정 많은 여린 사람이라고 평한다. 그녀의 리얼 민낯은 예능에서 빛났다. 남편에게만 한다는 애교 섞인 말투가 그대로 방송됐던 , 랩과 노래를 열심히 불러 화제가 됐던 등에서 대중들은 그간 배우 유선에게 가졌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았다.
“제가 잘 감추지를 못해요. 온전히 제 자신을 다 보여드려 버리는 탓에 예능 스케줄이 잡히면 회사 분들은 혹여 실수할까 봐 방송되는 날까지 조마조마해해요.”(웃음)
일상생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평소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고 가족과 함께 다닐 때에는 정말 바빠 모자도 쓰지 않고 민낯으로 나간다고 했다.
“남편이랑 10년 연애하다 결혼했기 때문에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내 삶에 집중하는 것에 이미 익숙해졌어요. 오히려 남편은 시선이 느껴진다고 하는데 저는 전혀 안 느껴져요. 아이한테 또 남편한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알아보는 분들도 있지만 그분들도 잠깐의 관심일 뿐 곧바로 그분들의 삶으로 돌아가거든요. 그래서 저 역시 편하게 전철도 버스도 타며 일상의 생활을 마음껏 즐겨요.”
최근 그녀가 출연 중인 는 동 시간대 1위를 하며 연장 방송 중이다. 특히 유선이 맡고 있는 신재순 역은 드라마 속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인물로, 재혼한 가정에서 꾹 참고 사는 주부였다가 극이 진행되면서 속 시원한 사이다 발언도 할 줄 아는 여성으로 바뀌어간다. ‘재순이의 재발견’이라는 검색어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의 재순이를 만난 건 참 행운이었어요. 처음 생각했던 모습보다 훨씬 더 캐릭터가 풍부해졌을 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호응도 커 마치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예요.”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일까? 새벽까지 촬영하고 이른 오전부터 촬영을 시작한 탓에 한숨도 못 잤다는 그녀였지만, 인터뷰가 한 시간이 넘어가는데도 그녀는 처음 그 자세 그대로 흐트러지지 않았다. 특히 선한 눈빛이 더 밝게 빛났다.
“데뷔 초에는 강한 캐릭터만 들어왔어요. 눈매도 강하고 차가워 보이는 것 같다고들 하셨거든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조금씩 얼굴이 달라졌다고들 하세요. 여성으로서 여러 과정을 겪어내는 가운데 스스로 갖고 있던 고집이나 주관, 그동안 살아왔던 자아의 분명한 색깔들, 고집스럽게 구축되어온 나만의 울타리들이 둥글게 다듬어지고 깎이면서 자연스레 제 외모도 달라지고 있는 거겠죠.”
그녀는 함께 일하는 고두심, 이미영, 이보희 선생님들을 보며 배우는 나이 들수록 얼굴에 자기가 살아낸 그 과정이 모두 담긴다는 말을 실감케 됐다고 했다. 그래서 보이는 아름다움보다는 느껴지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꿔야겠다고 늘 다짐한다고 했다.
“저는 딸이 어른이 돼서도 무대와 브라운관에 있는 엄마를 볼 수 있게 오래 연기하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서도 자연스럽고 편안한 얼굴로 화면에 비칠 수 있게 진짜 제 인생을 정말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유선은 인터뷰 중에 ‘과정’과 ‘가운데’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 삶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눈빛으로는 거짓말을 못한다는 여배우 유선의 힘은 포장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진짜 그녀, 자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