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지모(32)씨는 이번 설 연휴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택배 알바(아르바이트)를 뛰기로 했다. 월급이 200만원가량인 지씨는 지난 추석 연휴에도 아르바이트했다. 지씨는 "작년 6월 첫딸을 낳아 육아 비용이 많이 들어서 명절에 조카들 용돈까지 챙겨줄 여력이 안 된다"며 "명절 알바는 2~3일 만에 30만~40만원을 벌 수 있어 짭짤하다"고 했다.
경기 불황으로 지갑이 얇아진 직장인들이 명절 연휴 알바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할인점이나 택배 회사처럼 명절에도 영업을 계속하는 회사는 고향에 내려간 직원들을 대신해 단기 알바를 고용한다. 남들 쉬는 연휴 기간에 일하기 때문에 일당도 후하게 주는 편이다. 백화점·마트 등에서 판촉을 하면 하루 일당이 6만~10만원 수준이고, 택배의 경우 최고 17만원까지 벌 수 있다고 한다. 최저임금(시간당 6470원)보다 높기 때문에 취업 준비생뿐 아니라 일부 직장인들까지 몰리는 것이다.
아르바이트 구인 업체 '알바몬'은 이런 수요에 맞춰 '설 단기 알바 채용관'을 웹 사이트에 개설해 구인·구직자를 연결해주고 있다. 알바몬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기간에 구인 공고는 1276건인데 구직자 4만3830명이 몰려 경쟁률이 34대1에 달했다. 평소 아르바이트 구직 경쟁률(7.8대1)의 4배가 넘는다. 알바몬 관계자는 "구인 공고를 낸 업체를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지원한 사람은 집계에서 빠지기 때문에 실제 구직 경쟁률은 더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바가 아니더라도 휴일수당을 챙기려고 연휴 동안 자원해서 회사 근무를 하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경기도 한 전자제품 업체에서 3교대로 일하는 정모(26)씨는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 연휴에도 3일 동안 근무하기로 했다. 정씨는 "평소 휴일에 근무하면 8시간 기준 13만원의 특근수당을 주는데, 명절 연휴에는 여기에 10만원을 더 얹어준다"며 "명절 때 번 돈으로 부모님이 쓰시는 낡은 세탁기를 새 것으로 바꿔 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 한 대형 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는 최모(54)씨도 설 당일 근무를 자청했다. 최씨는 "아침 일찍 차례를 지내고 오후에 출근하면 보통 때보다 일당을 3만원 더 받을 수 있다"며 "명절에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모처럼 고향을 찾은 애들이랑 외식 한번 해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