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은 얼마 전부터 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건 정확하게 말하면 돈을 주고 사 먹을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구내식당은 한 끼에 6000원이다. 거래소 직원들은 5500원에 먹는다. 청소 아주머니들은 거래소에서 보조해줘서 4000원에 먹을 수 있지만, 그림의 떡이다.
아주머니들은 한 달에 22일 정도 일한다. 새벽 5시 30분쯤 출근해서 오후 4시에 퇴근한다. 아침과 점심을 먹어야 한다. 하루 두 끼를 구내식당에서 사 먹으면 8000원이다. 22일이면 17만6000원이 든다. 손에 쥐는 월급이 118만원쯤인데, 한 끼 4000원짜리 식사를 할 수 있을 턱이 없다. 한 아주머니는 "전에는 용역 업체에서 우리는 구내식당 가면 안 된다고 했다. 요즘은 갈 수는 있는데 돈이 무서워서, 맛있는 반찬 나온다고 소문이 도는 날이나 마음먹고 가 본다"고 했다.
아주머니들은 전처럼 주차장이 있는 지하 3층 등 휴게실 두 곳에서 전기밥솥으로 밥을 해서 먹는다. 김치나 밑반찬을 가져와서 먹는다. 쌀은 청소하면서 거두는 파지 등을 내다 판 돈으로 산다. 두꺼운 자료집이 무더기로 폐기되면 힘은 들어도 쌀 살 돈이 생기니 반갑다고 했다.
청소 용역 업체를 통해 일하는 이 아주머니들이 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건 얼마 전에야 사정을 알게 된 거래소 임원이 "정규직만 사람이냐, 아주머니들도 구내식당 이용하게 해주라"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확한 내용은 몰랐던 모양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구내식당은 외주업체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아주머니들이 식사하도록 하려면 거래소에서 밥값을 내줘야 한다"고 했다. 이런저런 논의 끝에 월급을 5만원쯤 올려주고, 구내식당 반찬 중에 일부를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결론이 나는 모양이다. 한 아주머니는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거래소가 70명쯤 되는 아주머니들에게 한 달에 17만6000원씩 지원하면 한 달에 1200만원, 1년에 1억5000만원이다. "두 끼 중 한 끼라도 감지덕지"라는 아주머니들 말대로 해주면 연간 7500만원이다. 적은 돈은 아니고, 그렇다고 많은 돈도 아닐 수 있다. 증권거래소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한국거래소에서는 하루 평균 60조원 정도가 거래된다. 1000억원짜리 사회 공헌 재단을 두고 연간 40억원 정도 저소득층 지원 등을 하고 있다. 각종 사회 공헌 활동에 이름이 빠지지 않는 곳이다. 한 아주머니는 "다른 큰 회사에서도 청소했는데 거기서도 아줌마들은 밥을 해 먹었다. 아마 다 그럴 것"이라고 했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마다 서민 대책, 복지 공약을 들고나오니 기업들은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보수 정치인들도 표를 바라고 좌클릭한다. 포퓰리즘 공약이 쏟아질까 겁난다"고 한다. 반(反)기업 정서를 걱정하기 전에 복도와 화장실에서 마주치는 아주머니들이 식사를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길 바란다. 해외 봉사 나갈 돈으로, 다녀와서 홍보 자료 만들어서 뿌릴 돈으로 주차장 한구석에서 밥해 먹는 아주머니들이 구내식당에서 한 끼라도 먹을 수 있도록 해주면 어떨까. 내일이 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