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변호인단, 최순실씨와 최씨 변호인이 25~26일 잇따라 탄핵 재판과 특검 수사의 공정성을 문제 삼고 나섰다. 심각한 것은 탄핵 재판의 박 대통령 변호인단이 25일 했던 '중대 결심' 발언이다. 집단 사퇴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 발언은 박한철 헌재소장이 3월 13일 이전 선고 필요성을 말한 데 대해 감정적으로 반발하는 과정서 나온 것이기는 하다. 즉흥적인 언급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은 일촉즉발과 같은 민감한 시기다. 이러한 때에 정국을 통째로 흔들 수 있는 극단적 행동을 언급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 만일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실제 사퇴할 경우 탄핵 재판 정지 여부를 놓고 헌법 해석이 엇갈린다고 한다. 재판이 중단되든 속개되든 촛불과 탄핵 반대 세력의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사태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모두 감정적 행태를 그만두고 자중(自重)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한 인터뷰에서 기업으로부터 걷은 800억원 가까운 돈을 왜 무자격자인 최순실씨에게 통째로 맡겼느냐는 핵심 의문에 아무 답도 하지 않은 채 '모른다' '아니다' '누군가 기획한 느낌' '거짓말로 쌓아올린 커다란 산'이라고 부인만 했다.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 열성이 촛불 시위의 두 배도 넘는다"고도 했다. 첫 검찰 출두 때 "죽을죄를 지었다"던 최씨는 갑자기 "민주 특검 아니다"라고 고함치며 반발했다. 최씨 변호인도 26일 "지난달 24일 밤 검사가 변호인을 따돌리고 최씨를 조사하면서 '삼족을 멸하게 만들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한 달 만의 주장이지만 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검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사실은 밝혀져야 하나 박 대통령 측이 한꺼번에 나서서 공세를 펴는 듯한 모습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말을 해왔다. 남다른 애국심이 있을 것이다. 기각이든 인용이든 헌재 심판을 될수록 빨리 마무리 지어 국정 공백 상황을 해소하고 정상적 국정 운영이 가능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로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애국'이다. 나라는 쪼개져 있고 사람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다. 박 대통령이 이 원심력을 더 키워 사회를 두 쪽 내겠다는 건 아닐 것이다.
나라 운명이 걸려 있는 탄핵 심판이다. 어떤 결론이든 승복(承服)을 이끌어내 후유증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재판부도 현명하게 처신해야 하고, 당사자와 주변에서도 헌재 심판을 좌초시키려는 시도는 하지 말아야 한다. 다른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