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은 가라! '썼다 하면 매진행렬' 뷰티 시장 뒤흔드는 유튜버
포니·민새롬 등 인기 유튜버, 자체 브랜드까지 제작해…성공 요인은 '신뢰감'과 '친밀감'
뷰티 스타트업 '미미박스', 작년 글로벌 벤처투자사 통해 1억2600만 달러 투자금 확보
최근 뷰티 업계의 성공 비결은 ‘뷰티 유튜버 마케팅’으로 통한다. 비인기 제품이라도 인지도 높은 뷰티 유튜버가 한번 사용하면 단번에 매진된다. 70만명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뷰티 유튜버 이사배(28) 또한 “최근 업계에서 영향력이 많이 높아지고 있는 걸 느낀다“며 “유튜버가 자기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관련 콘텐츠를 함께 제작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배는 뷰티 유튜버가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솔직함이 가장 큰 무기”라며 “민낯에 기초제품을 바르는 것부터 시작해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주다 보니 호응을 얻는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이사배의 뷰티 동영상은 총 조회 수 8,500만회를 기록해 국내 뷰티 업계의 매출을 좌우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뷰티 유튜버의 영상을 즐겨보는 여대생 정연주(22) 씨는 “친밀감이 뷰티 유튜버의 강점”이라며 “현실감 없는 TV 광고 보다 세세하게 제품을 비교해주고 화장법을 설명해주니 더 믿음이 간다”고 밝혔다.
뷰티 유튜버의 성장은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 90년대생이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것과 무관하지 않다. TV보다는 모바일 매체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TV 광고 속 연예인보다는 전문성과 신뢰성을 가진 뷰티 유튜버들에게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면서, 1인 동영상 플랫폼을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뷰티 유튜버 마케팅’ 업계 트렌드로 떠올라…예상보다 2배 이상 팔리는 등 ‘효과 쏠쏠’
뷰티 업계 또한 뷰티 유튜버와 협력한 ‘모바일 뷰티 마케팅’으로 성과를 얻고 있다. 뷰티 e커머스 스타트업 기업인 미미박스는 MCN의 개념조차 없었던 2014년 말부터 뷰티 유튜버 마케팅을 시작했다. 유명 뷰티 유튜버 포니와 '포니X미미박스'를 제작해 성공한 이후, 유튜버 연두콩, 진정선, 경선, 다영 등과 잇달아 협력해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선보이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여세를 몰아 미미박스는 지난해 12월 16일 굿워터 캐피탈과 알토스 벤처스 등의 글로벌 벤처투자사에서 6000만 달러(한화 약 7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미미박스가 작년 한 해 동안 글로벌 벤처투자사를 통해 확보한 투자금은 총 1억2600만 달러(한화 약 1430억원)에 이른다.
미미박스 관계자는 “뷰티 유튜버는 정보를 전달하고 소통하는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개인)이기 때문에 디지털 마케팅이 강세를 보이는 요즘 같은 때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며 “최근에는 연예인에 버금가는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블씨엔씨의 뷰티 브랜드 어퓨 또한 뷰티 유튜버 윤쨔미와 협업해 '윤쨔미 에디션 시즌 2'를 출시했다. 어퓨는 지난 6월 선보인 윤쨔미 에디션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 이번 시즌 2 출시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쿠션, 틴트 등 13품목으로 선보인 윤쨔미 에디션은 출시 후 총 6만개 이상 팔려나갔다.
◆ 포니 이펙트·롬앤 등 뷰티 유튜버가 자체 브랜드 만든다…“2주 만에 품절됐어요”
뷰티 유튜버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 유튜버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씨엘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유명세를 치른 뷰티 유튜버 포니는 2015년 11월 자신의 이름을 건 뷰티 브랜드 ‘포니 이펙트’를 출시했다. 포니의 유튜브 채널 팔로워는 224만명으로 국내 뷰티 유튜버 중 최대 팔로워 수를 자랑한다. 포니 이펙트는 포니의 브랜드 가치에 힘입어 최근 면세점과 롯데 엘큐브 홍대점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 진출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포니 이펙트 관계자는 “과거 미미박스와 협력해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만들어 성공했던 사례가 있다”며 “그 이후 포니만의 노하우와 가치를 담은 제품을 고객에게 선보이고 싶어 그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가수 겸 사업가 김태욱 또한 유명 뷰티 유튜버 민새롬과 손잡고 화장품 브랜드 ‘롬앤’을 론칭했다. 롬앤 파운데이션은 출시 2주 만에 조기품절 됐으며, 국내외 대기업 브랜드들 사이에서도 네이버 쇼핑 파운데이션 부문 1위, 화장품 인기 검색어 2위에 등극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롬앤의 홍보제휴팀 이종현 차장은 “소비자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소비 트렌드 또한 변했다”며 “소비자는 연예인보다 눈높이에 맞게 화장법을 가르쳐주는 뷰티 유튜버를 더욱 신뢰한다”고 밝혔다.
김태욱 대표는 “앞으로는 분야를 막론하고 콘텐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며, 전문성을 가진 인플루언서에 의해 소비 트렌드가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뷰티 유튜버 이사배 또한 “뷰티 유튜버의 영역은 앞으로 더욱 넓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급하게 성장하는 만큼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변모하거나 비전문가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바른 방향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