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전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을 선언한 데 이어 연일 기존의 국제 무역 질서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왔고, 이 결정은 미국 노동자들을 위해 아주 좋은 일(great thing)"이라면서 TPP 탈퇴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서명한 문서를 사진 찍기 좋게 들어 보이기도 했다. TPP는 미국·일본·싱가포르 등 12개국이 포함된 다자 무역협정으로 전임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중시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했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컸다.
트럼프의 TPP 탈퇴 서명에 일본은 크게 당황했다. TPP를 기반으로 외교·안보와 통상 전략을 짜 왔기 때문이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번복하도록 설득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TPP 탈퇴 서명에 앞서 미국 기업인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일본을 콕 찍어 "불공정 무역을 한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미국(자동차)은 일본에서 판매가 증가하지 않는데, 일본은 미국에 수십만 대를 수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일본에서 차를 팔 경우 그들(일본)은 (미국 자동차) 판매를 어렵게 하지만, 일본은 큰 배로 수십만 대나 되는 (일본) 차를 미국에 수출해 판매하고 있다"며 "이것은 공평하지 않은 것으로 협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일본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전혀 관세를 물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의 TPP 탈퇴 결정에 대해 여당인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 의원은 성명에서 "TPP 탈퇴는 중국에 아·태 지역의 경제 주도권을 넘겨주는 결과를 가져올 잘못된 결정"이라고 했다. 현재 중국은 TPP에 대항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은 "TPP가 잊혀서 기쁘다. 미국 노동자들을 돕는 새로운 정책에는 트럼프와 기꺼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