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관리용 레이저 기기를 수입·판매하는 서울의 한 업체는 지난주 설날 영어 표기를 두고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직원 이모(여·28)씨가 미국 거래 업체에 '27~30일은 설 연휴라 업무를 안 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는데, 초안에 설을 'Chinese New Year'라고 썼다가 구박을 당한 것이다.
이씨는 "미국에선 음력설이 Chinese New Year(중국 설날)로 통용되고 있어 그렇게 적은 것"이라고 했지만, 다른 임직원들은 "Lunar New Year도 있는데 왜 굳이 Chinese라고 적었냐" "이런 게 전형적인 사대주의"라며 언성을 높였다. 결국 이씨가 "앞으로 각별히 조심하겠다"고 약속하고 소동을 끝냈다.
'설날 영문 표기'를 두고 곳곳에서 이런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지내는 설은 음력 1월 1일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영문으로는 'Lunar New Year'나 'Lunar New Year's Day'가 정확한 표현이다. 미국 정부기관들도 공식적인 설날 표기를 이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영어권 국가에서 중국 설날을 뜻하는 'Chinese New Year'도 많이 쓴다. 한국인보다 수십 년 먼저 해외로 퍼져 나간 중국 출신 화교들이 현지에서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를 기념해 이 표현을 먼저 썼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 등 한인이 많은 지역에서는 매년 설마다 한인들 주도로 'Lunar New Year'를 쓰자는 캠페인이 벌어진다. 설날이 중국만의 명절이 아닌데도 중국 설날로 부르는 건 다른 민족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은 신정(양력 1월 1일)을 쇠기 때문에 이런 분쟁에서 한발 비켜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