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비와 김태희 결혼식에서 김태희는 무릎 위로 올라오는 미니 드레스를 입었다.

서울 가회동 성당에서 지난 19일 결혼한 수퍼스타 커플 비와 김태희. 김태희가 어떤 웨딩드레스를 입을지가 결혼식 전부터 최대 관심사였다. 고가의 해외 명품 브랜드를 택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이날 김태희는 무릎 위로 올라오는 미니 드레스를 입었다. 서울대 의류학과 출신인 김태희가 디자인 의견을 내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제작했다고 한다.

이틀 뒤 tvN 인기 드라마 '도깨비' 최종회에서도 공유와 김고은이 메밀꽃 만발한 정원에서 소박한 결혼을 했다. 김고은 역시 길이가 발목께 내려오는 심플한 드레스를 입었다. 베일도 면사포도 없이 화관을 쓰고 부케를 든 것이 전부였다.

동화 속 공주처럼 풍성한 웨딩드레스는 일생에 한 번 이룰 수 있는 여성의 소망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요즘은 넓게 퍼지고 길게 늘어지는 거추장스러운 드레스 대신 미니 드레스나 원피스처럼 실용적 스타일을 찾는 신부가 많아지고 있다. '내추럴 드레스', '셀프 웨딩 드레스' 등으로 불리는 이런 웨딩드레스는 몇 년 전부터 이효리 등 유명 연예인 결혼식을 계기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과감하게 무릎 위로 올라오는 드레스를 택한 김태희 결혼식 이후 유행이 본격화될 것으로 웨딩업계는 전망한다.

전통적인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결혼식 내내 드레스 안에 꼼짝없이 갇혀 있다시피 해야 한다. 뒤로 길게 끌리는 옷자락(트레인)을 잡아주기 위해 '이모님'이라 불리는 도우미를 고용하는 것도 필수다. 원피스나 투피스 형태의 실용적 드레스는 이런 불편과 번잡스러움을 해소해준다. 하객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함께 어울리기도 하는 스몰 웨딩에 적합하다. 예식장이나 호텔에 한정됐던 결혼식 장소가 카페, 레스토랑, 야외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여러 장소에 두루 어울리는 스타일이 더욱 사랑받고 있다.

투피스나 원피스, 미니 드레스 등 실용적 스타일의 웨딩드레스를 찾는 신부가 늘고 있다. 레이스나 실크 같은 고급스럽고 전통적인 웨딩드레스 소재를 사용해 결혼식 분위기를 낸다.

["허례허식은 NO"...간소한 결혼식 '스몰 웨딩' 바람 분다]

디자인은 과감하고 단순해지는 추세다. 정장 재킷 형태, 상황에 따라 치마만 갈아입을 수 있는 디자인도 있다. 레이스나 실크 같은 고급스럽고 전통적인 웨딩드레스 소재를 사용해 분위기를 낸다.

국내에서 구하기 힘들어 해외 직구를 통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국내에도 다양한 드레스숍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승진, 이명순 등 국내 대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들도 기존 브랜드 외에 '세리머니 웨어'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기도 했다. 결혼식은 물론 특별한 행사 때 입기 적당한 옷이라는 뜻이다. 상견례나 돌잔치 때 입는 옷, 결혼식 때 양가 어머니가 한복 대신 입는 혼주 드레스 등을 맞춤 판매하거나 대여한다. 이명순 디자이너의 브랜드 '리휴' 이지효 팀장은 "서양식 파티 문화가 확산되면서 한복을 대신해 파티 분위기와 장소에 어울리는 드레스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했다.

실용적인 드레스를 결혼식 때 한 벌 맞춰서 평생 기념으로 간직하고 중요한 날마다 두고두고 입겠다는 신부도 늘고 있다. 세리머니 웨어 브랜드 '엘조이'를 론칭한 이승진 디자이너는 "비용 절감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심플한 웨딩드레스가 트렌디하고 멋지다는 인식이 커진 것"이라며 "상상하기 힘들었던 결혼식 문화가 새로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