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더좋은미래'와 그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가 행정고시 폐지를 골자로 한 '공무원 인사제도 개편안'을 최근 내놓자 행시 준비생들이 술렁이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사법고시 폐지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이 결정됐듯, 현재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집권할 경우 행시 폐지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나오는 것이다.

더미래연구소는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 핵심 아젠다 연속토론회 '국민을 위한 관료: 공무원 인사제도 개혁 방안' 토론회를 열고, 5급 공무원 공채 시험인 행시를 없애고 7급 공채 시험과 합치는 개혁안을 제시했다. 공채 중심 관료사회가 가져온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 개방성을 높이고,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공직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지민 선임연구원은 "이전 정부에서도 공직사회 개혁 움직임이 있었지만 5급 공채 근간을 유지하면서 외부 특채 비중을 증가시키는 보완적 방식이 대부분이었다"며 "이럴 경우 어떤 형태로든 고시와 비(非)고시의 구별이 생기고, 개방직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 등으로 계급제의 부정적 속성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방형 임용자들에게 임기를 보장하고, 민간 경력 채용자들에게 보직 차별을 철폐하는 등 구체적인 임기·처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을 도입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엔 행시까지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행정고시 준비생들은 '계층이동 사다리가 완전히 없애자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로스쿨이 "'금수저'를 위한 '현대판 음서제'"라는 지적이 나오듯, 행시 폐지-개방직 확대 역시 같은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행정고시를 준비 중인 대학 휴학생 윤모(27)씨는 "노력으로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 마지막 길이 행시라 생각했는데 이제 공무원 자리도 고위공무원 자녀들이 꿰찰 것 같다"며 "같이 공부하는 동료들이 들썩이고 있다. 단체 행동이라도 나서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60만여명이 회원인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도 "명분은 공직 개혁이지만, 특채가 확대되면 기득권들의 채용 비리가 없을 수가 없다", "제2, 제3의 정유라가 나올 수 있다" 등 반대 목소리가 올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