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동물원’으로 악명이 높은 인도네시아의 한 동물원에서 멸종위기종인 말레이곰(태양곰)들을 아사(餓死) 직전까지 방치해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데일리메일이 17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스콜피온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 등 따뜻한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곰과의 동물 말레이곰. 최대 몸무게가 90kg 정도인 말레이곰은 웅담을 얻기 위한 사냥꾼들의 남획으로 70년대 이후 그 수가 급격히 줄었고 현재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기에 이르렀다. 인도네시아 자바주 수라바야에 위치한 반둥 동물원은 말레이곰 여러 마리를 보유하고 있다.

스콜피온

그런데 동물복지단체 ‘스콜피온’이 지난달 공개한 반둥 동물원의 말레이곰 사육 실태는 충격적이다. 스콜피온 측이 촬영한 영상과 사진에선 성견(成犬) 크기의 말레이곰 세 마리가 뒷발로 겨우 선 채 관람객들에게 먹이를 구걸하고 있다. 곰의 일종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피골이 상접한 모습이다. 이 말레이곰들이 생활하는 콘크리트 우리는 물과 먹이는커녕 풀 한 포기조차 발견하기 어렵다.

정상 상태의 말레이곰


영상을 제공한 스콜피온 관계자 구눙 기 씨는 인터뷰에서 "동물원 측이 제때 먹이를 제공하지 않아 말레이곰들이 자신의 분변을 먹을 정도"라며 분노했다.

반둥 동물원의 충격적인 말레이곰 사육 실태를 본 네티즌들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지난 11일 '반둥 동물원 말레이곰 살리기'란 이름의 온라인 청원운동엔 이미 20만 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동참에 나섰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자바 주 야생당국(BSKSDA)에 반둥 동물원의 폐쇄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앙상하게 뼈만 남은 말레이곰의 모습을 본 네티즌들은 "자연에서 살아야 할 동물들을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것도 모자라 곰들을 저렇게 내버려 두느냐"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사육사들도 똑같이 당해봐야" 등의 댓글을 남기며 울분을 터뜨렸다.

스콜피온


한편 반둥 동물원은 '죽음의 동물원'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동물원' 등의 오명이 붙을 정도로 동물보호단체 사이에선 이미 잘 알려진 곳이다. 이 동물원은 개관 이후부터 열악한 사육 환경 때문에 거센 비난을 받아왔으며, 지난 5월에도 멸종위기종인 수마트라코끼리가 사육사들의 의도적인 관리 소홀로 목숨을 잃은 바 있다.

반둥 동물원 측은 말레이곰 사육 환경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