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계획'은 용두사미 되기 십상
신년계획, 쓰고 공표하고 쪼개라
습관 개선 보다는 '환경 개선'이 먼저

신년 계획을 직간접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강제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같다.

이중과세(二重課稅). 같거나 유사한 항목에 세금을 이중으로 과세하는 것은 문제시 된다. 하지만 새해 명절을 신정, 구정 두 번으로 이중과세(二重過歲))하는 것은 이점이 많다. 특히 좋은 점은 작심삼일이게 마련인 새해 결심을 설을 맞이해 다시한번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며’ 재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획(計劃)의 꾀 계(計)는 말씀 언(言)과 열 십(十)으로 구성돼있다.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을 숫자(十)로 말해주는 것이다. 획(劃)은 그림 화(畵)와 칼 도(刀)로 구성돼있다. 즉 나누고 분할하는 것이 요체다. 붓으로 유연하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칼(刀)로 획을 긋고 나누는 것이다. 계획의 핵심은 수치화와 분할에 있다.

한 경영자는 초심은 바랠 수 있지만, 본심은 바래지 않는 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신년계획의 초심을 본심으로 정착화시켜, 바래지도 변하지도 않게 하는 꼭 붙잡아매는 실행방법은 무엇일까. 고사성어로 알아보자.

◆“쓰면 이뤄진다” 계획은 기록하고 공표해야 실행될 수 있다

둔필승총(鈍筆勝聰): 서툰 글이라도 기록해두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신년계획을 기록하라. 혹자는 이를 '적자생존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이 법칙은 새해 결심에도 적용된다. 헨리에트 앤 클라우저는 저서 '쓰면 이루어진다'에서 '목표를 달성하고 싶으면 그것을 기록하라'고 말한다. 1953년에 예일대 졸업생을 대상으로 '당신은 꿈이 있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졌는데, 그 중 꿈을 기록하고 있었던 3%의 졸업생이 축적한 부가 나머지 97%의 졸업생들보다 많았다는 이야기는 귀에 딱지가 박히도록 듣는 사례다.

목표와 계획을 쓰는 것은 자성예언의 의미도 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측정효과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평가할 수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적어야 궤도를 이탈하고 있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반성과 점검이 가능하다. 올해 연말에는 계획 달성은 고사하고 대차대조라도 해볼 수 있도록 신년계획을 구체적으로 작성해 기록해보자.

중인환시(衆人環視): 신년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히라.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커버그가 매년 페이스북에 자신의 신년계획을 공표하는 것이 그 예다. 그는 올해에 미국의 모든 주를 여행하며 많은 사람으로부터 삶에 대해 배우고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듣겠다는 신년계획을 공개천명했다.

꼭 주커버그가 아니더라도, 지인에게, 혹은 SNS등을 통한 직간접 신년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스스로 타율적 강제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나홀로 결심만으로는 약하니 여러 사람앞에 공언하는 것이다. 중인환시의 힘은 크지만 다이어트, 금연 등 신년계획 단골메뉴의 재탕삼탕은 오히려 신용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있다. 칼을 뽑았으면 호박이라도 잘라야 한다. 금연이 힘들면 전자담배로 갈아타더라도 성의있는 실행력을 보여야 한다.

계획을 한번에 몰아서 하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꾸준히 반복해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 기억을 환기시킬 ‘추억의 도구’ 곁에 둬라… 목표는 작은 것 부터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와신상담(臥薪嘗膽): 신년계획의 단초가 된 아픈 추억도구를 가까이 두라. 와신상담은 딱딱한 장작단에 누워서 자고, 쓴 쓸개를 맛본다, 원수를 갚기 위해 온갖 고생을 자초하는 것을 뜻한다. 가령 영어공부 계획을 세웠다면 해외출장이나 컨퍼런스에서 영어를 못해 수모를 겪었던 과거의 수치스런 기억을 되새기며 각오를 다지는 것이다.

모외식업체의 사장은 자신이 초창기 사업때의 기름쩔은 앞치마, 잉크바랜 장부를 늘 책상서랍속에 놔두고 꺼내보았다고 한다. 어려웠을 때, 힘들었을 때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도구를 통해 각오를 재생, 재활시키는 것이다.

우공이산(愚公移山): 커다란 산을 옮기는 일도 당장의 작은 삽질에서 시작된다. 원대한 계획보다는 목표를 쪼개 구체화해 일일 주간으로 실천해나가라. 삽질을 하지 않고 산을 옮길 수는 없는 법이다. 운동을 하기로 했다면 한번에 몰아서 하기보다 꾸준히 반복해서 하는게 효과적이다. 앱이나 몸에 부착하는 운동량 자동 측정 도구, 쉽게 휴대할 수 있는 간단한 측정도구를일일성취도 내지 진척도를 자가체크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성우 M씨는 신년계획으로 ‘감사습관을 갖는 것’을 계획으로 세웠다. 이후 감사를 표할 때마다 계수기를 누른 후 매일 저녁 확인하다보니 그간 매번 도루묵이던 ‘감사습관’이 일일체크 돼 절로 성취도, 지속도가 높아지더란 이야기다.

자, 가열찬 신년계획, 당신은 위의 사자성어 중 어떤 방법으로 실행할 것인가.

◆ 리더십 스토리텔러 김성회는 ‘CEO 리더십 연구소’ 소장이다.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과 석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언론인 출신으로 각 분야 리더와 CEO를 인터뷰했다. 인문학과 경영학, 이론과 현장을 두루 섭렵한 ‘통섭 스펙’을 바탕으로 동양 고전과 오늘날의 현장을 생생한 이야기로 엮어 글로 쓰고 강의로 전달해왔다. 저서로 ‘리더를 위한 한자 인문학’ ‘성공하는 CEO의 습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