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비교적 늦은 추위로 가을에 떨어져야 할 은행이 겨울에 떨어지는 등 경기지역에 곳곳에서 이상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
15일 낮 12시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법원사거리 인근 버스정류장.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버스정류장 근처에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은행으로 가득했다. 바로 옆 은행나무에는 미처 떨어지지 못한 은행들이 한가득 매달려 있었다.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코를 찌르는 은행 냄새에 은행을 피해 멀리 돌아가거나 손으로 코를 막고 걸음을 재촉했다. 버스에서 내린 승객들은 갑작스러운 은행 냄새에 얼굴을 찌푸리고 냄새를 피하듯 연신 고개를 돌려댔다.
한 조경 전문가는 "은행나무의 열매인 은행은 10월 익어 11월 정도가 되면 바닥으로 떨어진다"며 "1월에 은행이 떨어지는 현상은 극히 보기 드문데 비교적 따뜻한 기온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경기 수원지역에 출몰한 까마귀 떼의 사진과 영상도 쉼 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 까마귀는 중국 중부·동부와 극동 러시아쪽에서 활동하는 종으로 국내에 머물며 번식한 뒤 동아시아로 넘어가 겨울을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까마귀 떼가 한 달 이상 국내에 머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상기온으로 수원과 화성 인근 일부 농경지에 먹이가 남아있어 동아시아로 이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늦추위 등은 이상 현상뿐만 아니라 경기지역을 대표하는 겨울 축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얼어붙은 강에서 각종 체험과 눈썰매,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는 '파주 송어 축제'는 매년 12월 말에 열렸다. 그러나 올해는 강의 얼음이 적정두께에 미치지 못해 1월 말로 미뤄졌다.
'안성 빙어 축제'의 경우 축제 장소인 저수지가 얼지 않아 물 위에 좌대를 설치해 축제를 진행하기로 했다.
파주 송어 축제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강 얼음 두께가 20㎝는 돼야 하는데 올해는 날이 더워 강의 겉 부분만 얼었다"며 "그나마 최근에는 날이 추워져 강이 본격적으로 얼기 시작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평균 기온은 3.1도로, 1973년 기상관측망을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한 이래 3번째로 높았으며 평년보다 1.6도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