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은 사람이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회장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21세기처럼 다원화된 시대에는 각계각층의 리더들이 책임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책임 안 지는 리더들이 흔히 대중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한다"고도 했다.

오는 17일(현지 시각) 스위스에서 막을 올리는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이다. 세계화로 인해 다원화된 사회에서 모든 구성원을 하나로 묶는 책임 있는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것이다.

슈바프 회장은 "세계 각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온갖 제도를 다 시행해봤지만 결국 제도의 성공 여부는 사람"이라면서 "사회 각 분야의 리더들이 책임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경제성장 없이는 사회의 발전이 없고, 사회의 발전 없이는 경제성장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서 "경제정책에도 사회적 책임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인이나 관료뿐 아니라 노조나 시민단체 지도자 등 사회 각 분야의 책임 있는 리더들이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대화를 통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은 국제 질서에도 중요하다고 WEF는 밝혔다. 알렉스 웡(Wong) WEF 국장은 "지도자 개인의 책임 있는 리더십과 마찬가지로 미국 영국 일본 등 G7 국가와 중국이나 인도 등 지구촌 각 지역의 리더 국가들도 책임 있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중국의 남중국해 무력시위와 한반도 사드(THAAD) 배치 갈등 등은 '선도 국가(Leading Nation)'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했다.

올해 48회째인 다보스포럼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 등 세계 50여개국 정상과 전 세계 대표 기업인 1200여명, 시민단체 지도자 300여명 등 모두 3000여명이 참석한다. 영화배우 맷 데이먼은 물 부족 사태의 심각성을 홍보하기 위해, 유니세프(UNICEF) 홍보 대사인 가수 샤키라는 청소년 교육 문제를 다루기 위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이 첫 다보스포럼 참석인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100여명과 함께 참석한다. 개인 재산 35억달러로 중국 부호 1위인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2위인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화웨이그룹 쑨야팡 회장 등이다. 시 주석 등 중국 대표단은 이번 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 인사들과 두루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해온 트럼프 당선인 측과 만나 대결보다 대화로 양측 입장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포럼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오지 않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년 연속 불참해 시 주석의 존재감이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슈바프 회장은 "시 주석이 개막식에 참여하는 글로벌 리더 3000여명 앞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라며 "중국이 전 세계 리더로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자유무역과 세계화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해 유럽과 미국을 휩쓴 포퓰리즘으로 인해 올해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다국적기업들의 활동이 다소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기업들은 당장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미국의 자유무역협정 파기 위협 등으로 인해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CNBC는 "올해에만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이 선거를 앞두고 있어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라면서 "선거 결과에 따라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생산 시설의 현대화 방안' '에너지의 미래' '인공지능과 미래의 일자리' 등 400여개 세션이 준비돼 있다. 올해의 주제가 리더십인 만큼 상당수 세션은 각계 지도자들이 어떤 리더십을 보이며 난관을 극복해 나갈 것인지를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다보스포럼은 오는 17~20일 나흘간 열리며 21일 오전 폐막한다.

☞다보스포럼(Davos Forum)이란?

매년 스위스의 다보스 지역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을 간단하게 지칭하는 말. 세계 각국에서 대통령과 총리, 대기업 최고경영자와 관료 등 정·관·재계 리더들이 모여 각종 정보를 교환하고, 세계경제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