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회사에 다니는 박모(31)씨는 2월에 일주일간 겨울 휴가를 내고 터키 여행 계획을 세웠다가 사촌 동생(28)에게 "제정신이냐"는 핀잔을 들었다. 최근 터키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가 빈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씨는 행선지를 바꾸지 않았다. 그냥 놀러 가는 게 아니라 터키에서 모발 이식 수술을 받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정수리 쪽 탈모(脫毛)가 심한 박씨는 터키에서 근무했던 직장 상사에게 "터키가 모발 이식 강국(强國)"이라고 추천받았다.
터키가 탈모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가고 싶은 나라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모발 이식 비용이 저렴한 데다 실력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3000모(毛)를 이식받을 경우 한국에서는 600만~800만원이 드는 반면, 터키에서는 300만원에 시술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120만원 정도인 왕복 비행기 값을 포함해도 터키가 더 싼 것이다.
터키 모발 이식 중개업체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선 최근 4년간 1000명가량이 터키에서 모발 이식을 받았다. 매달 20명이 넘는다고 한다. 2015년 터키에서 모발 이식을 받고 돌아온 김모(30)씨는 "테러가 한창일 때 '머리를 심으러 터키에 간다'고 하니 주변에서 모두 만류했지만, 탈모를 치료할 인생 마지막 방법이라고 생각해 다녀왔다"며 "심은 머리가 잘 자라고 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코트라(KOTRA) 이스탄불무역관에 따르면, 터키에선 매일 200건 이상의 모발 이식 수술이 시행되는데 대다수가 외국인 환자라고 한다. 터키 모발 이식 시장의 전체 규모는 연간 10억달러(약 1조1600억원)로, 세계 1위다. "터키가 전 세계 탈모족(族)의 성지(聖地)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2015년 11월에는 프랑스 국적의 IS 조직원이 모발 이식 수술을 받으러 터키에 잠입했다가 현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터키로 가는 국내 탈모 환자들은 주로 20·30대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병원을 찾은 탈모 환자 중 20·30대가 44.7%를 차지했다. 탈모 환자인 취업 준비생 임모(28)씨는 "취업 스트레스로 머리가 많이 빠지니 취업이 더 안 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 같아 올여름에 터키로 모발 이식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