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본선에서 중국을 볼 수 있을까. 지금 세계 축구의 최대 관심사는 '본선 48개국 체제'에서 중국의 본선 진출 가능 여부다. FIFA가 10일 평의회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 국가를 현행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린 것도 세계 축구의 잠재적 '최대 시장'인 중국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꼬리를 물고 있다. FIFA는 중국의 13억 인구가 월드컵 본선에 열광하는 모습을 꿈꾸고 있다.

아시아의 현재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은 4.5장(4개 팀은 직행, 한 팀은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은 본선 진출 48개국이 되면 아시아 티켓은 8~9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될 경우 중국의 본선 진출 가능성은 얼마나 커질까. 2000년대 들어 중국의 월드컵 아시아 예선 성적을 분석해 보면 FIFA의 희망 사항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축구의 월드컵 흑역사' 때문이다.

과연 중국 축구팬들은 2026년 월드컵에선 웃을 수 있을까. 중국 축구팬들이 2002 한·일 월드컵 때 중국 대표팀 경기를 지켜보면서 허탈해하는 모습. 당시 중국은 처음 출전한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3전 전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중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여태까지 단 한 번 있었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과 일본이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진출하면서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얻어 본선 무대를 밟았다.

한·일월드컵 이후 지금까지의 월드컵 예선 결과를 바탕으로 추산해 보면 아시아 티켓이 8장이 된다고 해도 중국은 48개국 본선에 못 나간다.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엔 중국은 아시아 2차 예선 조2위로 탈락해 8개 팀이 겨루는 최종 예선에 나가지 못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도 중국은 10개 팀이 나가는 최종 예선 진출에 실패했고, 2014 브라질월드컵 때도 똑같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즉 지금까지 아시아에서도 톱 8에 들지 못했다는 의미다.

중국은 2018 월드컵에서는 1차 관문을 통과해 12개 팀이 겨루는 아시아 최종 예선에는 올라갔다. 하지만 10경기 중 5경기를 치른 현재 중국은 2무3패(승점 2)로 A조 6개 팀 중 꼴찌다. 승점 기준으로 보면 중국은 12개 팀 중 11위에 그친다.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한 중국은 감독 교체라는 강수까지 뒀지만 지금 현재 상태라면 10장이 아시아에 배분돼도 중국 몫은 없는 셈이다.

[중국은 어떤나라?]

이 때문에 중국 내에서도 "본선 진출팀이 늘어나도 우리는 안 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1일 "지금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선 축구 팬들의 자조 섞인 축구 농담이 인기"라고 보도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팬 반응은 "중국 축구는 10년 뒤 더한 굴욕(48개 팀에서도 떨어지는 것)을 맛봐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차라리 전부 본선 나가게 해 주지"라는 팬들의 탄식도 있다고 소개했다.

가디언이 이번 본선 확대 정책에 대해 "중국을 파티(월드컵)에 초대하려는 FIFA의 야망"이라고 해석하는 등 세계 축구계는 이번 조치로 인한 중국의 본선 진출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축구협회도 "중국 축구에는 기회"라며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흑역사를 기억하는 중국 팬들은 이마저도 별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