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혐의로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5년 2015년 8·15 특별사면 발표가 나기 전 이미 사면으로 풀려날 것을 알고 있었으며, SK그룹은 최 회장의 특별사면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정황이 확인됐다고 SBS가 11일 보도했다.
SBS보도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15년 8·15 특별사면 직전 복역 중인 최태원 회장과 김영태 SK 부회장이 면회 중 나눈 대화 녹취록을 입수했다.
이 녹취록에 따르면 김영태 SK 부회장이 2015년 8월10일 서울 의정부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최 회장을 찾아갔을 때, 최 회장이 김 부회장에게 곧 사면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견디기 힘들긴 뭐. 며칠만 있으면 되는데"라고 말했다.
이에 김 부회장은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며 "우리 짐도 많아졌다.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고 말했다고 한다.
특검은 '왕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귀국'은 사면을 '숙제'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 지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김 부회장이 "대통령이 사면을 결정했고 우리도 재단을 지원해야 한다"고 최 회장에게 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에 따르면 통상 구치소 접견 중 대화는 녹음이 되는 만큼 민감한 내용은 은어로 주고받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이 접견 이후 최 회장은 대기업 총수 중 유일하게 8·15 특사 명단에 포함됐다. 같은해 8월17일 SK 측은 SK하이닉스가 3개 반도체 생산라인에 총 46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두 달 뒤 박 대통령 주도로 미르재단이 설립될 때 총 68억원을, 지난해 1월 만든 K스포츠재단에 총 43억원을 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특검에 2014년 11월 2일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서울의 한 호텔에서 자신에게 최 회장 사면을 부탁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러나 SK 관계자는 “김 창근 의장이 최 회장 사면을 요청한 것은 맞지만 면회 녹취록에 나오는 ‘짐’이나 ‘숙제’ 같은 단어는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라는 얘기”라며 “사면 당시 정부가 밝힌 이유에도 그런 얘기가 들어있고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투자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2014년 9월부터 2015년 8월 중순까지 8·15 특사를 전후로 김 의장과 이만우 SK그룹 PR팀장,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이 안 전 수석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와 통화내역에서 최 회장의 특사가 사전에 조율되고, 사후 '고맙다'는 감사 인사가 오간 내용도 확인했다고 한다.
최 회장과 김 의장은 국정조사에선 이러한 의혹을 부인했다.
특검은 재단 지원금이 최 회장 사면 대가로 보고 위증 혐의를 더해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