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행복한 사람이 있고 과거가 행복한 사람이 있다. 배우 신혜수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는 바로 지금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어느덧 나이가 쉰을 넘었어도, 여배우라는 타이틀이 있건 없건,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단다.

늘 컴백이 기다려지는 여배우.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신혜수는 여전히 수많은 대중이 만나고 싶어 하는 얼굴이다. 결혼과 함께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그녀지만 아직도 영화계의 러브콜을 꾸준히 받으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전성기의 단아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그녀가 프렌치 스타일로 변신했다. 미국유학 중인 아이들이 겨울방학을 맞아 돌아와서 조금 바빠진 나날이라면서 화보 촬영에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세월이 흘러도 자연미인의 모습은 여전하다.
여자들은 본인의 모습을, 내가 변하는 모습을 너무 잘 안다.(웃음) 화보 촬영이 너무 오랜만이라서 포즈를 취하는 것도 어렵고 달라진 모습도 낯설었다. 최근에 운동을 거의 못 했는데 그것도 신경이 쓰였고. 평소에는 정말 평범한데 이렇게 달라진 모습을 보니 낯설다.

뭐 하고 지냈나.
요즘 아이들 방학기간이라 바빠졌다. 아들과 딸이 미국유학 중인데 겨울방학이라 들어왔다. 둘이 같이 유학 보낸 지 4년째다. 그래서 나도 자주 미국에 가는 편이다. 가면 아이들 밥해주고 운전해주고 그러다가 온다. 하루 세끼 한식 상차림을 만들어준다.

아이들 학교 다닐 때는 적적할 수도 있겠다.
그렇진 않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내가 늘 모임을 만드는 편이다. 운동도 좋아한다. 집 근처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는데,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강사인 줄 안다. 살다시피 하니까.(웃음) 강아지를 좋아해서 집에서 네 마리를 키운다. 두 마리는 유기견이다.

자기 계발도 열심히 한다고 들었다.
평범하게 지냈다. 작년에는 고려대 최고경영자 과정에 다녔다. 멤버들이 좋았다. 사회에서 자기 뜻을 이루신 분들이 모이는 곳이라, 백수는 아마 나 혼자였던 것 같다.(웃음) 수업이 일주일에 두 번 있었다. 정말 어려운 수업도 있었는데 재미있고 배울 것이 많았다. 언어를 배워보고 싶었는데, 중국어 한 번 등록했다가 머리에 지진이 났다. 3개월 접수했다가 한 번 가고 안 갔다.(웃음) 이젠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이 벅찬 때인 것 같다.

사업가로 성공한 남편은 어떤 사람인가?
착하다. 4살 연상이고. 처음에 결혼했을 때 너무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아니지만.(웃음) 처음 신혼생활은 분당 전세 8천만원짜리에서 시작했다. 지금은 사업을 한다. 반도체 관련 사업이다. 내조를 안 하는 게 내조의 비결이다. 신경을 안 쓴다.(웃음) 아이들이 아무리 아파도 혼자 해결했던 것 같다. 남편은 늘 바쁘니까.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고 있나.
아들은 열일곱 살, 딸은 열다섯 살이다. 내가 아이들 바보라, 아이들 뒷바라지를 열심히 하는 편이다. 몇 달 전에 아들이랑 유럽 쪽에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함께 여행한 멤버들이 애인인 줄 알더라. 그만큼 많이 컸다. 딸은 오늘 촬영하러 나오는데 옷을 조언해주더라. '엄마, 그건 좀 아니야!' 하면서.(웃음)

배우보다는 엄마나 아내로서의 삶이 더 좋은가?
그냥 자연스럽게, 흐름에 따라 여기까지 온 것 같다. 결혼할 때가 되어서 결혼을 했고, 내가 은퇴할 무렵에는 사실 영화가 사양사업이기도 했다. IMF가 터졌던 98년 무렵이니 절정이었다. 다 동결되고 할 일도 없고, 그런 시기였던 것 같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은퇴를 했다.

수많은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데, 복귀 생각은 없나?
지금의 일상이 좋기도 하고 겁도 난다. 사실 예전에 활동할 때 힘들었다. 내가 출연한 작품들이 대개 진을 빼는 작품들이었다. 그땐 돈이 없어서, 생계를 위해서 조금은 힘들게 연기했다. 요즘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면 즐거울 것 같긴 한데, 나는 성격이 즐겁게 하지를 못한다. 부담스럽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대한 희열과 트라우마가 공존한다.

그래서 복귀에 더 신중한 것일까?
그럴 수도 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기획사도 매니저도 없었다. 운전도 내가 하면서 다녔다. 힘들었다. 코디네이터는 내가 일을 그만둘 무렵에 옷만 몇 벌 가져다주는 정도로 새롭게 생긴 포지션이었다.

어느덧 쉰을 훌쩍 넘은 나이다.
많은 것이 달라졌다. 외모는 물론이거니와 사고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감정이 요동을 칠 때도 있고, 집착하다가 놓다가를 반복하기도 한다.

5년 후, 10년 후의 신혜수는 어떤 모습일까.
사실 지금의 모습은 어려서부터 상상했던 모습이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5년 후 10년 후는 상상이 안 된다. 7~8년 있으면 나도 육십이다. 주변에서 그 나이의 선배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걱정도 되고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은 기회가 된다면 얼굴을 본격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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