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서울 호텔을 찾은 장혜연(29)씨는 호텔방 화장실에 마련된 어메니티(amenity·편의용품)를 보고 깜짝 놀랐다. 당연히 외국 제품을 사용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국내 화장품 브랜드인 '스킨푸드'의 샴푸와 린스, 보디워시와 보디로션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아르간 오일이 들어간 샴푸로 머리를 감고 레몬향 보디워시로 샤워한 장씨는 "감으면 머릿결이 뻣뻣해지는 이름만 유명한 외국 제품을 사용하는 것보다 스킨푸드가 백배 낫다"며 "나도 만족스러운데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호텔에서 우리나라 제품을 사용한다 생각하니 뿌듯했다"고 말했다.
어메니티란 투숙객을 위해 각 객실에 비치해 놓는 샴푸·린스·보디워시 등 각종 용품을 일컫는 말이다. 호텔 어메니티는 호텔 품격을 좌우하는 소품으로 평가된다. 호텔마다 디자인부터 향까지 고급스러운 브랜드의 어메니티를 갖추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국내 호텔 어메니티가 외국산에서 국내산으로 바뀌고 있다.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은 지난해 9월 미국 브랜드 '아베다'에서 '스킨 푸드'로 교체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순수 국내 자본으로 만들어진 호텔인 만큼 어메니티도 국산화해서 외국인들에게 선보이면 좋을 것 같아 교체했다"며 "전에 쓰던 제품보다 반응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서울 신라호텔과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이어 국내 세 번째 5성 호텔로 선정된 강릉 씨마크 호텔은 배우 이영애의 회사 제품인 '리아네이처'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11월 이 호텔에 묵었던 최유정(33)씨는 "성분을 알 수 없는 외국 제품보다 아기와 함께 쓸 수 있는 제품이 마련돼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도 국산 브랜드 '알로 바디'를 어메니티로 공급하고 있다. '알로 바디'를 만들어 공급하는 ㈜티앤아이 관계자는 "롯데호텔뿐만 아니라 코리아나 호텔과 부산 해운대그랜드 호텔, 부산 아쿠아팰리스 등에도 우리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특히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화장품의 품질과 위상으로 볼 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우리나라 화장품의 인기가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데다 유럽과 북미로 수출하는 국내 화장품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에 어메니티를 전문으로 공급하는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려' 같은 한방 화장품을 비롯해 국내 화장품 브랜드를 작은 용기에 담은 어메니티로 제작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며 "조만간 외국 호텔에서도 국산 어메니티를 사용하는 날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