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을 항의한다는 명목으로 방중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은 5일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원에서 열린 '사드 간담회'에서 중국 전문가들의 일방적인 '사드 반대' 주장을 들어야 했다.

이날 사드 간담회에는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국제문제연구원의 롱잉 부원장과 류칭 아태연구소장, 사회과학원 왕준성 연구원 등이 나와 2시간 동안 반(反)사드 논리를 펼쳤다. 방중단 관계자는 "중국 측은 사드 자체에 (중국의) 생존이 달렸다고 본다"면서 "사드 배치가 한국에 꼭 이익이 되는 게 아닌데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사드 심각성과 관련, 한·중 수교 25년 만에 중국 외교부가 주중 한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한 것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세 번이나 '사드는 안 된다'고 말한 점 등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우리 측은 특별히 반박하거나 논쟁을 벌이지는 않았다"고 했다.

중국을 방문 중인 송영길(오른쪽에서 둘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단이 5일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원에서 중국 한반도 전문가들과‘사드 간담회’를 갖고 있다.

[중국 '사드 이간지계'에 말려든 제1야당]

당초 예정했던 상무부·광전총국·대외연락부 방문도 취소했다. 중국의 경제·문화 보복에 항의하려면 해당 부서인 상무부나 광전총국 등을 방문해야 했지만 "중국 외교부에 이미 말했다" "보기가 좋지 않을 수 있다" 등의 이유로 방문하지 않았다. 보복에 대한 항의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드 훈계'만 듣고 온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방중단 관계자는 "지난 4일 외교부 만찬 때 쿵쉬안유 부장조리(차관보급)에게 제재 문제를 일괄적으로 얘기했고, 중국 측에서 이를 부서별로 전달하겠다고 해서 각 부처를 굳이 따로 만날 필요가 없어졌다"면서 "국회의원 6~7명이 중국 부처를 줄줄이 찾아다니는 것도 보기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를 다루는 당 대외연락부에서는 만나자는 연락이 왔지만, 쑹타오 부장(장관급) 대신 부장조리가 나온다고 해서 안 만나는 걸로 정리했다고 한다.

방중단에 따르면, 의원들은 4일 만찬 때 쿵 부장조리에게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한국행 전세기 취항 불허 문제, 삼성·엘지 전기차 배터리 불이익 문제 등 5개 분야의 제재 중단을 요청했다. 쿵 부장조리는 "잘 들었다.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만찬은 1시간 30분쯤 진행됐다. 왕이 외교부장과의 50분 면담을 다 합쳐도 2박 3일간 방중단의 '항의 외교' 시간은 2시간 20여분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한국 외교부의 사드 보복 항의에 '처음 듣는다'는 태도를 보인 중국 외교부가 방중 의원단의 항의 내용을 각 부처에 제대로 전달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민주당 의원들은 "공식 외교 라인이 막힌 상황을 의원 외교로 뚫겠다"는 명분으로 방중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사대 외교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우리가 가서 김장수 (주장) 대사가 할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사드 간담회를 마친 의원들은 "피곤하다"며 휴식을 하다가 칭화대(淸華大)의 한 중국인 교수가 개인적으로 주최한 만찬에 참석한 것이 일과의 전부였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민주당 의원들을 불러들인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홈페이지에 왕이 부장과 의원단 면담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며 반사드 논리를 선전했다. 왕 부장은 "한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사드 배치를 가속하겠다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한국과 교류를 확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양측은 상호 이해 가능한 방안을 도출할 때까지 (사드) 프로세스를 가속하기보다는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외교부는 이날 김형진 차관보가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들여 70분간 면담하며 사드에 대한 보복 조치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 등에 대해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천하이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의 방한(訪韓)과 천 부국장이 국내에서 한 위협적 언사 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