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슝(楊雄·63) 상하이 시장과 황치판(黃奇帆·64) 충칭 시장 등 상하이방 계열의 지방 관료들이 곧 현직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중화권 언론들이 30일 보도했다. 중앙 정계와 군부 내 상하이방을 척결해온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이제 지방정계에 남은 상하이방마저 완전히 제거하는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집권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중국 정치를 주물러온 상하이방은 사실상 존폐의 기로에 섰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이날 상하이(上海)·베이징(北京)·톈진(天津)과 함께 4대 직할시 중 한 곳인 충칭(重慶)시의 황치판 시장이 한직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재경위원회 부주임으로 옮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황 시장은 싼샤(三峽)댐 건설과 서부 내륙 개발을 주도하며 충칭을 중국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도시로 만들었다. 이런 실적을 인정받아 국무원 비서장이나 증권감독관리위 주석으로 중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황 시장이 한직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고 연합조보는 전했다. 내년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이 '상하이방 솎아내기' 차원에서 황 시장 밀어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황 시장은 상하이에서 경제 분야 요직을 두루 거친 뒤 2001년 충칭으로 왔다. 그는 시 주석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낙마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심복으로 알려졌지만, 장 전 주석의 후광으로 낙마 위기에서 벗어났다. 황 시장 후임에는 장궈칭(張國淸·52) 충칭시 부서기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1964년생인 장 부서기는 군수 업체인 중국병기공업집단공사 출신 기술 관료로, 특정 정치 파벌에 속해 있지 않은 인물이다.

상하이에서도 상하이방 출신 시장이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복수의 현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의 측근인 잉융(應勇) 상하이 부시장이 곧 시장으로 승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잉 부시장은 시 주석이 저장(浙江)성 서기로 일했던 2003~2007년 저장성 기율위 부서기와 감찰청장, 고급인민법원 원장 등을 맡으며 승승장구했던 최측근이다. 저장성 출신 시 주석의 측근을 일컫는 '즈장신쥔(之江新軍)'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시 주석이 2007년 상하이 서기로 옮길 때 함께 상하이로 와 고등인민법원 원장과 당 조직부장을 거쳐 2014년 부서기로 승진했다. 그가 상하이 시장이 되면 양슝 현 상하이 시장은 물러나게 된다. 양 시장은 장 전 주석 아들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로, 장 전 주석이 시 주석에게 특별히 부탁을 해 시장 자리에 올랐다는 게 중국 정가의 정설이다. 양 시장이 물러나면 장쩌민 전 주석과 상하이방의 근거지를 시 주석 인맥이 접수하게 되는 것이다.

시 주석은 2013년 주석 취임 이후 반(反)부패 개혁을 통해 중앙정계→군부→지방정계 순으로 상하이방을 제거해왔다. 장쩌민 전 주석은 후진타오 주석 시절 사실상 '상왕(上王)'으로 군림하며 권력을 분점했다. 시 주석으로선 상하이방을 척결하지 못하면 후 전 주석처럼 온전한 권력을 누리지 못할 상황이었다.

시 주석은 '상무위원 출신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중국 정계의 불문율을 깨고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을 부패 혐의로 낙마시킴으로써 상하이방에 일격을 가했다. 또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 내내 장쩌민파가 장악했던 당 중앙군사위의 쉬차이허우와 궈보슝 전 부주석을 동시에 낙마시켜 군부 내 상하이방 인맥을 제거했다. 저우융캉의 측근인 중앙군사위 연합참모부 부참모장 왕젠핑(王建平) 상장(대장)도 최근 수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 사정으로 낙마한 최초의 현역 상장이자 최고위급 장성이다.

또 장쩌민 전 주석의 처조카인 왕민(王珉) 전 랴오닝성 당서기도 부패 혐의로 숙청됐다. 충칭과 상하이 시장 인사는 이 같은 연장선 위에 있다.

한편, 홍콩 명보는 마싱루이(馬興瑞·57) 광둥성 선전시 서기가 광둥성장으로 승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가 광둥성장으로 승진하면 광둥성은 30년 만에 첫 외지 출신 성장이 나오게 된다. 우주과학자인 마 서기는 중국 달 탐사 프로젝트를 지휘해 2013년 12월 탐사선 달 착륙을 성공시킨 주인공이다.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의 고향인 산둥(山東)성 윈청 출신으로 펑 여사의 '고향 오빠'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