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자 배우 S의 것으로 보이는 몸캠이 유출됐다. 동영상이 공개되기 전 S가 출연한 한 방송프로그램의 제작진은 그의 방송분량을 내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12월 12일 한 남자배우의 알몸 동영상, 일명 ‘몸캠’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몸캠은 스마트폰이나 PC로 화상채팅을 하면서 음란행위를 하는 모습을 녹화한 동영상을 말한다.
유출된 7분 51초짜리 동영상은 가정집의 방 내부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남성 한 명이 음란행위를 하는 모습이 녹화돼 있는데 남성의 얼굴은 물론 전라 상태인 신체 전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영상 말미에는 해당 남성이 누구인지 일부러 드러내려는 듯 통화 상대의 이름이 영문으로 표기돼 있는 화면도 담겨 있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꾸준히 연기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30대 배우 S의 이름이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선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는 S를 닮긴 닮았지만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얼굴에 있는 점의 위치가 똑같고 방 뒤편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사진 한 장이 S가 과거 촬영한 화보라는 지적이 나오자 S가 맞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배우 S는 동영상이 유출되기 약 보름 전인 지난해 11월 말 한 방송프로그램의 녹화에 패널로 참여했다. S의 출연분량은 1월에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몸캠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프로그램 제작진에 비상이 걸렸다.
제작진은 S의 매니지먼트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영상 속 인물이 S가 맞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만약 맞다면 S의 녹화분량을 내보낼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 또 제작비를 투입해 이미 촬영을 마쳤는데 해당 분량을 삭제하고 다시 찍어야 하니 다른 소속 연예인이라도 출연료 없이 나와줄 수는 없는지도 물었다.
S 측 담당자는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이 S가 맞는지 우선 본인에게 확인을 해보고 연락을 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S 측 담당자가 제작진을 찾아왔다. 그는 “다른 연예인을 대신 출연시킬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S가 심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어 행여나 부정적인 마음을 먹지 않을까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해당 프로그램의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던 S의 출연 인증 사진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S는 몸캠피싱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몸캠피싱은 개인 SNS나 모바일 메신저, 채팅 앱 등을 통해 남성에게 접근한 뒤 옷을 벗고 음란행위를 하도록 유도해 돈을 뜯어내는 범죄행위다.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이 지난해 10월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몸캠피싱 발생·검거 현황’에 따르면 공식 통계 취합을 시작한 15년 8월부터 16년 8월까지 1년 동안 발생한 몸캠피싱 범죄피해 건수는 955건에 달한다. 개인정보 유출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한 피해 건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은 녹화된 동영상이 공개될 것을 우려해 가해자들이 요구하는 돈을 고스란히 넘겨줄 수밖에 없다. 계속되는 협박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거나 실제로 목숨을 끊은 사례도 있었다.
최근에는 남성 9천 명의 모습을 녹화해 53억원을 갈취한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여 범행을 저질렀다. 미모의 여성을 고용한 뒤 SNS를 통해 남성들에게 무작위로 일대일 채팅을 신청했고, 채팅을 수락한 이들과 어느 정도 친근감이 형성되면 화상채팅을 하자고 유혹했다. 그러면서 ‘소리가 안 들린다’, ‘접속 상태가 좋지 않다’며 ‘음성스피커설치.apk’라는 애플리케이션(악성코드)을 전송해 다운 받게 했다. 이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되면 상대 남성의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는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탈취된다. 이어 남성이 옷을 벗고 음란행위를 하도록 유도해 동영상을 녹화했고, 금품을 주지 않으면 지인들에게 음란행위를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실제로 동영상을 지인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S의 경우 영상을 유출한 이로부터 협박을 받았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영상의 촬영일시는 2015년 12월 17일 오전 1시 50분경이다. 1년가량이 지난 후 영상이 유포된 이유가 무엇인지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몸캠피싱은 명백한 범죄이기 때문에 피싱을 당한 이도 명백한 피해자다. 그러나 영상이 유출되면 명예가 실추되고 각종 비난과 조롱에 노출된다.
S의 동영상이 유출됐던 시기에는 몸캠이 공개되거나 공개될 것이라고 예고됐던 연예인들이 몇몇 더 있었다. 이름이 거론된 배우 K는 "말 같지도 않은 소문은 대체 누가 만들어내는 것인지"라며 적극 해명에 나섰고 소속사는 법적 보호와 대응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영상이 유출된 한 20대 배우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고 소속사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S는 영상 유출 이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사진을 게시하지도 않고 있다. 마지막 게시물에는 동정, 응원, 비난, 조롱 등 다양한 내용을 담은 댓글이 달리고 있다.
한편 S는 지난해 5월 기존 소속사와의 계약이 종료돼 11월 새 소속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적 한 달 만에 이미지에 큰 타격이 되는 치명적 사건이 터진 것이다. 계약 해지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소속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S는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연예인 몸캠 논란과 맞물려
일반인 몸캠 4만~7만원에 거래
연예인들에 대한 몸캠 논란이 뜨거웠던 지난해 12월, 일반인의 몸캠이 대량 판매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동안 몸캠은 피해 당사자로부터 돈을 뜯기 위한 협박용으로 쓰였는데 일반인의 몸캠이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말 서울 서초경찰서는 해외 SNS 계정에 일반인 남성들의 몸캠 영상을 대량으로 업로드한 뒤 돈을 받고 판매한 이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영상이 유출된 시기가 최근 남성 연예인 몸캠 영상 유포 논란이 일어난 무렵인 12월 10일 전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당은 미국 SNS에 계정을 만들어 일부 영상을 ‘맛보기’로 올린 뒤 구매를 원한다고 연락해온 이들에게 4만~7만원을 받고 영상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몸캠 판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접촉하거나 협박을 가하지 않았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자신의 영상이 유출되고 판매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유출 사실은 카카오톡 등을 통해 전파된 영상을 본 지인들이 일러줘서 알게 된 경우가 많다.
몸캠 판매 일당이 돈을 받아 챙긴 계좌는 국내 계좌지만 대포통장 계좌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또 이들이 이용한 SNS도 미국 계정이라서 추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몸캠 판매 일당이 해외 등지에서 조직적으로 영상을 대량 수집해 판매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정확한 피해 규모와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판매 일당 추적에 집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