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량과 단백질이 풍부한 곤충(갈색거저리)을 활용해 만든 각종 환자식(食)을 위나 장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제공했더니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양팀 등이 26일 밝혔다. '작은 가축'으로 불리는 곤충을 환자식에 활용해 그 효과를 검증한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식용 곤충인 갈색거저리 분말을 넣은 죽, 다식, 라즈베리 주스, 젤리, 양갱과 말린 갈색거저리 및 분말(좌측 하단에서 시계 방향).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이 같은 곤충식을 환자식으로 제공했더니“수술 환자의 영양소 섭취가 많아지고 회복도 빨라졌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 8월부터 약 3개월간 위암 등으로 위장관(胃腸管) 수술을 받은 환자 34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20명)에는 곤충으로 만든 환자식을, 다른 집단(14명)에는 일반 환자식을 제공한 결과, "곤충식을 섭취한 쪽에서 하루 평균 섭취하는 열량과 단백질량 등이 많았다"고 밝혔다. 갈색거저리는 새우 같은 고소한 맛을 내기 때문에 환자들의 입맛을 돋운 것은 물론, 많은 양의 식사를 못 하는 환자들에게 충분한 영양소 섭취를 하게 했다는 것이다. 김형미 강남세브란스 영양팀장은 "식용 곤충을 분말 형태로 넣으니 별도로 조리할 필요도 없어 간편하고, 환자들 거부감도 없어져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도록 하는 데 장점이 컸다"고 말했다.

곤충식을 먹은 환자의 하루 평균 섭취 열량은 965㎉로, 기존 환자식 섭취 집단(667㎉)보다 300㎉ 가까이 많았고, 하루 평균 단백질 섭취량(38.8g)도 일반 환자식 집단(24.5g)의 약 1.5배였다. 또 골격·근육으로 구성된 제지방량(몸무게에서 지방량을 제외한 무게)의 경우 곤충식 섭취 집단은 1.4% 는 반면 일반 환자식 집단은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준성 강남세브란스 교수(간담췌외과)는 "적은 양을 먹더라도 단백질 등 영양소 섭취를 늘리려면 곤충만 한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