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순실(60)씨의 딸 정유라(20)씨가 체육특기생이라는 이유로 고 3 때 총 수업일 193일 가운데 17일만 출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 고교 시절 그나마 출석한 날에도 오전 수업만 듣고 오후엔 훈련을 핑계로 대부분 조퇴했다. 정씨만큼은 아니더라도 일반 학교의 다른 운동선수들도 대부분 시합 출전 등을 이유로 학교 수업을 소홀히 하는 게 현실이다.

운동만큼 공부도 열심히 한다

하지만 학교 운동선수들이 일반 학생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공부하는 학교가 있다. 인천 안산초등학교 농구부다. 이 학교 농구부 선수들은 아무리 큰 규모의 전국대회를 앞두고 있더라도, 의무적으로 전날 하루 한 시간 이상 학습 계획을 세워 지도 교사에게 확인을 받아야 한다. 대회 기간 중에도 경기 일정이 끝나면 숙소에서 학년별로 학습 시간을 제공받아 계획한 대로 공부하고, 지도교사에게 일일이 점검받는다.

인천 안산초등학교 농구부장을 맡고 있는 우영재 교사가 19일 농구부 선수들과 함께 농구공을 들어 보이고 있다. 우 교사는 지난 2년간 학습·운동 병행 교육을 실시해 학생들이 운동은 물론‘본분’인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도록 했다.

이 같은 '학습·운동 병행 프로그램'은 지난해 3월 이 학교 우영재(34) 교사가 농구부장으로 임명되면서 도입됐다. 2년간 철저히 학습·운동 병행 교육을 받은 안산초 농구부 선수들은 올해 전국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하는 동시에 주요 교과목 성적을 일반 학생 평균 이상으로 받는 쾌거를 이뤄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우 교사는 '운동선수 이전에 학생'이라는 철칙을 세우고 학생들에게 철저한 보강 수업을 받도록 했다. 훈련이나 대회 출전 등으로 결석이 잦을 수밖에 없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공부'라는 본분을 잊지 않도록 가르친 것이다. 안산초도 농구부 학생들의 일상생활에 우 교사의 이런 원칙이 그대로 녹아들도록 제도화했다. 학생들은 아침·점심·방과 후 시간을 이용해 담임교사에게 보강 수업을 받아 그 내용을 일지에 기입했고, 학교장은 일지를 직접 확인하고 결재했다. 학교에서 미처 보강하지 못할 경우엔 집에서 학습지를 풀거나 인터넷 강의를 듣는 방식으로 수업을 따라가도록 했다. 우 교사는 매 학기 학부모들과 상담해 "아무리 운동선수라도 가정 내 면학 분위기를 지속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해 6학년 농구부 학생들은 주요 교과목의 95%, 올해 6학년생들은 97%까지 이행했다. 우 교사는 "엘리트 육성에 지나치게 치우친 우리 체육 문화를 진정한 '학교 스포츠' 문화로 바꾸기 위해 학습 병행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구 명문도 운동·공부 병행

대구 경상중학교도 '공부하는 학생 선수'를 육성하고 있다. 이승엽 선수를 배출한 지역 야구 명문 경상중은 선수들의 기초 학력 향상을 위해 작년부터 '정규 수업 후 훈련' '최저 학력 전교생 평균 40% 이상' 등 규정을 도입했다. 처음엔 학부모 반발이 컸지만 김준환 교장은 "중학 야구 선수가 프로에 갈 확률은 매우 낮은데 지금 기초 학력을 잡아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득했다. 올해부터는 야구부 선수 40명 전원이 매주 2회씩 1교시 전 40분간 온라인 수업을 받는다. 그 결과 경상중 야구부 선수들은 1학기 기말고사에서 일반 학생 평균의 70~80% 수준 성취도를 달성했다. 기초 학력 미달 선수도 2014년 4명에서 2015년 2명, 2016년 0명으로 감소했다.

안산초 우영재 교사와 대구 경상중은 26일 교육부·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동 주최하고 스포츠조선이 후원한 '2016년 학교체육대상' 시상식에서 학교 체육에 기여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 올해 처음 시행된 이 상은 학교 체육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우수 개인과 기관 및 단체를 발굴·포상하기 위해 마련됐다. 우 교사와 경상중 외 교사 3명과 학교 3곳, 단체 8팀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