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하나 사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인형을 받고 좋아할 아내와 다섯 살짜리 딸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어요."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이성민(36)씨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21일 오전 휴가를 냈다. 이씨가 눈을 뜨자마자 달려간 곳은 서울 홍익대 앞 카카오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대표 매장). 개장 시간인 10시 반에 맞춰 매장에 들어간 이씨는 아내와 딸에게 줄 '산타 라이언'〈사진〉 인형 2개를 집어들었다. 이씨는 "입고되는 즉시 품절되는 데다 예약도 안 돼 조바심이 났다"며 "큰맘 먹고 왔는데 살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타 라이언' 구매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산타 라이언은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인 '라이언(RYAN)'에 빨간색 산타복을 입힌 60㎝짜리 인형이다. 가격이 5만9000원으로 싼 편이 아닌데도 매장에 내놓기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 워낙 사려는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전쟁'으로 불리는 것이다.

지난 1월 출시된 라이언은 이 회사 캐릭터 중 가장 인기가 많다. 온·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높아 카카오 직원들 사이에서 '(회사에 돈 많이 벌어다주는) 라 상무님'으로 불린다. 라이언은 곰처럼 생겼지만, 사실은 갈기가 없어 탈모(脫毛)로 고민하는 수사자다. 카카오프렌즈 관계자는 "라이언은 성별이 불명확하고 표정이나 행동도 과하지 않아 남녀노소가 부담 없이 좋아한다"며 "라이언이 울고 있는 친구들을 다독이는 이모티콘(감정을 표현한 아이콘)이 많은데, 그 모습에 위로를 받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원래 인기 있던 라이언에 빨간 산타복을 입히고 '겨울 한정판' 딱지를 붙이자 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산타 라이언'은 지난달 25일 홍대 플래그십스토어 오픈 기념으로 처음 입고됐다. 크리스마스(25일)까지만 살 수 있다는 소식에 첫날 새벽부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개장 시간보다 4시간 반 전인 오전 6시에 매장에 갔다는 대학생 김지수(20)씨는 "쿠션, 휴대폰 케이스도 라이언 캐릭터 상품을 쓸 만큼 마니아"라며 "한정판인 산타 라이언을 제일 먼저 산 건 행운이었다"고 했다. 지방에 있는 사람들이 서울에 있는 지인들에게 "산타 라이언을 대신 사달라"는 '대리 구매'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부산에 사는 김지은(32)씨는 "친구의 지인이 홍대 근처에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염치 불고하고 부탁해 산타 라이언을 공수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