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바람은 '혁신'을 불러오지만 예상치 못한 충돌도 가져온다. '에어비앤비', '우버' 등으로 대표됐던 공유 경제 서비스는 소비 중심의 사고에 젖어있던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며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남는 주거 공간과 사용하지 않는 차량을 타인에게 빌려주고 돈을 버는 시스템은 제공자에게도, 그리고 짧은 기간 재화가 필요한 소비자에게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공유 경제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구경제 체제와 신경제의 충돌을 낳고 있다. 공유 경제 서비스를 둘러싼 몇 가지 쟁점들을 소개한다.
[[공유경제란?] 큰돈 들여 소유 않고 싼값에 빌리는 매력 ]
사장 vs. 노동자
현재 '우버'나 '에어비앤비'에 등록하면 1인 사업자로서 누구나 사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계속 사장으로 봐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2015년 차량 공유 플랫폼 서비스 '우버'의 가장 큰 문제는 기사들의 '노동문제'였다. 전통적으로 대부분 산업은 기업이 자본과 설비를 가지고 사람을 고용해 이들에게 일을 시키고 임금을 주는 형태가 많았다.
하지만 우버에서 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차로 운행하며, 월급을 받지 않는다.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제공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중개 역할만 할 뿐, 이들을 고용해 관리하지 않는다. 공유 경제 플랫폼에 가입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학계에서는 이들을 노동자의 테두리로 넣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자영업자의 연장선에서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진행 중이다. 기사들의 고용 형태와 신분 문제는 유급휴가, 최저임금 등의 권리, 나아가 노동 시장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우버'에서는 기사를 자영업자로 분리하고 있다. '우버'는 개인이 인터넷이나 모바일 플랫폼에 개인정보를 등록한 후 자신의 차량을 가지고 영업을 하는 형태다. 일단 등록을 마치면 '우버 앱'을 통해 주변 이용자들을 찾아 태울 수 있다. 이용자들이 결제한 금액에서 일정 수수료를 제외하고 모두 본인에게 돌아간다. 자신의 능력만큼 돈을 벌 수 있고, 여분의 재화와 시간을 가지고 영업을 하므로 자유롭다.
실제로 우버 기사를 세컨드 잡(second job)으로 활용하면서 자투리 수입을 얻는 사람도 있다. 직장에서는 근로자였지만, 여가나 퇴근 시간 이후에는 개인 영업수단을 가진 자영업자로 변신하는 것이다. 이런 점이 저임금자와 저소득층의 수익 창출로도 연결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유 경제 옹호론자들과 우버 측에서는 이들을 1인 사업자로 인식하는 것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유경제를 옹호하는 아룬 순다라라잔(사진) 뉴욕대 교수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고, 능력에 따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공유경제의 장점을 얘기했다. 그는 지금의 고용 형태보다 훨씬 다양해지고 유연해진 새로운 노동 시스템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고 본다.
또한 공유경제로 경제가 성장하면 결과적으로 과거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는 고용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한다. 과거에는 정규직 풀타임 직장을 기반으로 노동력을 계산했는데, 공유경제가 발달할수록 대부분 직장은 풀타임이 아니라, 시간을 쪼개서 활용하는 프리랜서 형태로 변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냥 이들을 '자영업자' 또는 '1인 사업자' 즉 사장님으로 보기엔 여러가지 요소들이 걸린다. 최근 영국 런던 중앙노동법원은 2명의 우버기사가 우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우버의 피고용인 신분이며 따라서 휴가와 병가, 최저 임금을 보장받을 자격이 있다"며 우버 기사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매사추세츠의 우버 기사 38만 명 역시 올 4월 노동환경개선 소송을 제기해 우버로부터 1억 달러의 합의금을 끌어냈다.
현재 우버 측은 이들을 이용자와 연결해주는 역할만 할 뿐이지 이들의 의료보험, 병가, 사고 등을 책임지지 않는다. 또한 차량 유지비, 수리비, 보험 등의 비용과 책임은 모두 기사에게 전가하고 최저임금조차 보장해주지 않는다. 또한 공유경제 기업들은 업무를 쪼개서 필요할 때에만 그때그때 사람을 고용한다. 좋게 말하면 개인 스케줄에 맞는 유연한 근무지만, 이런 일들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하루 24시간이 잠재적인 노동시간이 돼버린다. 다시 말해, 노동시간과 비(非)노동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기사들의 삶의 질을 악화시킨다.
공유 경제 서비스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로버트 라이시 박사(사진)는 "공유경제가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고, 노동의 질을 낮추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정규직 직원이 줄어들고 프리랜서와 독립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s) 등의 고용 형태가 늘어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기업에 안정적으로 고용되지 않은 이런 자유 계약직의 소득과 후생이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공유경제는 노동시장에 치명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공유경제가 비정규직 형태의 고용을 늘린다는 점을 지적하며 노동시장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지대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노동시장에서 표준화된 복지혜택이 사라져 19세기로 후퇴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공유 경제 비관론자들은 우버와 같은 공유 경제 서비스 사업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계약한 공유 경제 서비스 제공자들을 노동자로 보고, 피고용인 상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만일 이들을 모두 피고용인으로 전환한다면 우버는 최저임금과 보험비, 각종 복리후생 등의 추가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사업 모델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합법 vs. 불법
우버는 2015년 결국 불법의 오명을 씻지 못하고 한국에서 사실상 사업을 철수했다. 같은 해 신고없이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숙박서비스를 제공한 주부가 벌금형을 받았다. 연간 20만 명이 이용하는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에 대한 법원의 첫 판결이다. 법원은 에어비앤비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신고없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서비스를 진행하는 경우 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했다. ▶기사 더보기
새로운 서비스 유형이 등장하면서 법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여기서 불법과 범죄가 자라기도 한다. 하지만 공유 경제 옹호론자들은 제도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한 사례이며, 제도를 보완해 사업을 지속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유 경제 신규 사업은 관련법이 없어 합법과 불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고 있다.
한국에서 '우버X' 사업을 접어야 했던 우버 측은 우버 서비스가 기술플랫폼으로서 합법적이라고 주장했다. 손님과 차량을 중개 해주는 정보 제공업이기 때문에 운송 서비스처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으며, 직접 택시 영업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객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현재 서비스가 이전에는 없던 형태이기 때문에 현재 법률상으로 문제가 되거나 적용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이에 대해서도 우버 측은 "신기술과 오래된 규제의 갈등에 관해서 얘기할 필요가 있다"면서 "신기술과 관련한 적합한 규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건설적인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무조건 불법으로 보고 배척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 보완으로 뒷받침 하는 것이 경제 활성화와 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정부에서는 에어비앤비 등 공유 숙박 형태가 늘자 올해 초 이 사업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통해 부산·강원·제주 등 3개 지역에 공유 민박업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 법안은 탄핵 정국과 맞물리면서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기자수첩] 에어비앤비 이용자를 범법자로 만들지 않으려면]
하지만 택시나 숙박 면허 없이 '공유'를 통해 돈을 번다는 자체는 여전히 기존 법률에 어긋날 수 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측이 아무리 본인들은 '중개' 업무만 담당하는 '정보 제공업'이므로 운수사업법과 공중위생관리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 사업의 성격은 사실상 '운송업'과 '숙박업'을 대체한다. 제공자와 이용자들도 우버를 택시와, 에어비앤비를 호텔과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로 인식하고 있다.
공유 경제 서비스 업체의 논리에 따르면 중개만 담당한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법망을 피해가지만, 우버와 에어비앤비에 가입해 차량과 주거를 제공한 이들은 법에 저촉을 받는다. 택시 면허와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 신고 없이 영업을 했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 영업은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에 '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해야 가능한 것인데, 서울시 조사 결과 실제 민박업자로 등록한 경우는 전체의 30%도 안된다. 인터넷상에서 숙박 거래가 이루어져 단속 또한 쉽지 않다. 민박업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요건이 까다롭다. 민박업자로 인정받으려면 우선 건축법에서 분류하는 ‘주택’이어야 하며, 신청인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와 요건을 갖추지 않고도 부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공유 숙박 플랫폼'을 통해 불법 영업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기사 더보기
적법한 절차와 허가 없이도 간단한 등록만 마치면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느끼는 불안도 커진다. 서비스 이용 도중 사고가 발생해 피해를 보아도 절차와 구제방법이 정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아 소비자들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또한 보증되지 않은 서비스 제공자에 대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안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공유 경제 서비스를 이용하고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사례가 종종 들려온다.
기존 업체 vs. 공유 서비스 업자
이래저래 말많은 공유경제지만, 이들의 주가는 나날이 상승 중이다. 우버의 기업 가치는 625억 달러에 달한다. 창립 7년 만에 우버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포드(524억 달러), 제너럴모터스(471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넘어섰다. 에어비앤비의 기업 가치 역시 300억 달러로 창업한 지 5년 만에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힐튼 호텔의 기업 가치(276억 달러)를 뛰어넘었다.
공유 경제 서비스는 이렇듯 기존 업체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업체와 신생 서비스 간의 신경전이 나타난다. 기존 업체들은 신생 업체들을 법망 안에서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유경제가 인기를 끌면서 자신들의 고객을 가져가는 것도 문제지만, 규제와 법 바깥에서 상거래 질서를 흐리는 것 역시 심각하다고 말한다. 반면 신규 공유서비스 업자들은 사소한 규제들은 '장벽 쌓기'일 뿐이며, 공유 서비스만의 장점을 퇴색시킨다고 반발한다.
파리에서 정식으로 아파트 렌트 사업을 하는 마르테르(55)씨는 고객이 줄어 답답한 상황이다. 호텔과 비슷한 수준으로 집을 관리하기 때문에 유지 비용은 많이 드는데, 손님들은 저렴한 에어비앤비를 찾고 있는 것이다. 그는 "세금도 제대로 안 내고 관리도 잘 안 하는 에어비앤비와 정식 숙박 업체가 경쟁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라고 반문했다.
관광객들 사이에서 최근 몇 년 새 선풍적 인기를 끈 에어비앤비 등 숙박 공유 업체들이 정식 숙박 업체들의 반발, 세금 문제 등으로 유럽에서 잇따라 철퇴를 맞고 있다. ▶기사 더보기
기존 업체들은 공유 서비스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규제는 속속이 피해가면서 기존업체들의 '밥그릇'을 뺏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는 택시 기사 수천명이 우버 퇴출을 주장하며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우버가 허가도 없이 '유사 택시' 영업을 해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유경제가 중소 자영업자들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지적도 많다. 택시·대리운전 등 운수업이나 모텔·여관 등 숙박업은 대표적인 소규모 사업이다. 여기서 공유경제 업체들은 차량, 숙소 등을 대규모로 확보해 사업을 벌인다. 특히 우버, 에어비앤비 등은 월스트리트 등으로부터 거액을 투자받으면서 대형 자본이 영세 자본의 영역까지 싹쓸이하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
모텔·여관 등 소규모 숙박업소 운영자들은 "에어비앤비 같은 방식이 확산되면 호텔도 위기감을 느끼는 상황에 소규모 숙박업소는 고사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뉴욕에선 에어비앤비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본이 풍부한 사람들이 비싼 가격에 오피스텔, 아파트 등을 빌려 여행객들에게 내주는 사업에 눈독을 들이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것이다. ▶기사 더보기
이들은 일정한 규제와 허가제를 도입해 서비스의 무분별한 범람과 위험요소를 막아야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시장에서 우버는 최근 각 지자체가 추진하는 감독 조례로 골치를 썩이고 있다. 우버 등 공유경제 시스템에 불안을 느낀 주민들이 주민회의를 통해 규제 강화를 요구한 탓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 시의회는 차량공유서비스 운전자에 대한 약물검사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 시의회는 최근 우버와 리프트 운전자에 대한 지문 등록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도입했다. 플로리다의 힐스버러 카운티는 오스틴에 이어 지난 10월 우버 등 차량공유 서비스 운전자에 대한 지문등록제 도입과 관련한 조례를 제정했다.
지자체들의 우버 규제는 기본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지만, 일부 공유경제 지지자들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현 산업 관계자들의 '장벽쌓기'라고 비판한다. 지역의 터줏대감인 택시운송사업자들이 우버·리프트로 인해 손님을 빼앗기자 주민들을 동요시켜 없던 규제를 만들도록 막후에서 힘썼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전 상의 문제로 최근 우버 기사에 대한 지문 등록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도입한 미국 텍사스 오스틴 시의회는 이후 오스틴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는 전멸했다. ▶기사 더보기
공유경제 플랫폼은 낮은 비용으로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잉여라고 생각했던 빈 방, 안 쓰는 자동차 등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가치를 생산하고 노동과 자본을 효율적으로 쓸 수도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을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미국 뉴욕시에서는 지난 3년간 약 3만명이 차량 공유 서비스의 기사로 새롭게 경제활동에 참여했다. 킥스타터와 같은 온라인 투자 모금(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는 전 세계의 잠재 고객들이 신생 벤처의 창업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소액 투자를 할 길을 열어준다. 창업과 스타트업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애초에 규제로 제한하면 직업 선택의 자유에서부터 무궁무진한 공유경제의 잠재적 가치를 해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지역사회에 경제 전체 파이가 성장하려면 공유경제도 공평한 경제의 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공유 서비스 업자들은 말한다.
[나눌 수 있는 건 모조리 나누는 공유경제의 두 얼굴]
공유경제 서비스는 기존 업체가 제공하지 못한 참신한 아이디어로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기존 상거래 질서나 의무를 깡그리 무시한 채 자기 마음대로 돈벌이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렇다고 해서 규제 당국이 기존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양산한다면 더 이상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나기 어렵다. 업계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전체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갈등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