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함무라비|문유석 지음|문학동네|388쪽|1만3500원

법조계를 조명하는 영화나 드라마에 주로 등장하는 인물은 검사나 변호사다. 사회 비리를 캐든, 비리의 장본인이 되든, 창과 방패의 역할은 늘 다이내믹하기 때문이다.

반면 판사를 떠올리면 왠지 '이야깃거리'가 없어 보인다. 무릎을 치게 하는 '명판결'은 주로 해외에서 일어나는 일로 여겼다. 아니면 드라마 '판관 포청천'에서나 볼 수 있거나.

에세이 '개인주의자 선언' '판사유감' 등 '글 쓰는 판사'로 잘 알려진 문유석 판사의 신작 법정 소설은 그런 면에서 반갑다. 책은 정의파 초임 판사 박차오름의 눈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이야기를 담았다. 대사들이 법정 기록물같이 다소 딱딱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제자를 성추행한 교수나 재산 상속을 두고 지저분한 싸움을 벌이는 형제자매 같은 사건을 통해 판결 과정이 단순하게만 펼쳐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