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코끼리부터 침팬지까지 거의 모든 포유류의 수컷에서 발견되는 '생식기 뼈(penis bone)'가 왜 인간의 남성에겐 없을까.
14일 영국 매체 가디언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키트 오피(Kit Opie) 인류학 교수의 연구를 인용해, 이는 190만년 전에 등장한 '일부일처(一夫一妻)제'로 인해 이 음경골(骨)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포유류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길이의 음경골이 나타난다.

생식기 뼈인 ‘음경골(baculum)’은 음경의 끝에 붙어 있으면서 수컷이 암컷에게 오랫동안 성기를 삽입할 수 있도록 돕는 지지대 역할을 한다. 음경골을 이용해, 포유류 수컷은 다른 경쟁 수컷으로부터 교미 중인 암컷을 빼앗기지 않고 자기 유전자를 가진 새끼를 낳을 가능성을 높인다.

포유류에게서 음경골이 진화하기 시작한 것은 9500만년보다도 훨씬 이전. 약 5000만년 전에 등장한 첫 영장류도 역시 음경골을 갖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음경골은 포유류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발달했다. 바다코끼리의 음경골은 최대 61cm에 달하며, 원숭이는 손가락 길이의 음경골을 갖고 있다. 같은 긴꼬리원숭이과에 속하는 포유류라도 짧은꼬리마카크의 음경골은 5cm이지만, 이보다 몸집이 더 큰 칼라맹거베이의 음경골은 1cm에 불과하다고.

오피 교수는 또 "짝짓기 시간이 더 긴 포유류일수록, 수컷의 생식기 뼈가 더 길다"는 결론을 냈다.
인간의 유전자에 가장 가까운 침팬지의 경우, 음경골이 사람의 손톱보다도 작다. 이는 침팬지 암컷이 취하는 번식 전략 때문이라고. 침팬지 암컷은 모든 수컷과 짝짓기를 해서, 새끼의 아빠가 누구인지 모르게 한다.
경쟁 중인 침팬지 수컷들이 행여나 다른 수컷의 새끼라는 걸 알게 되면, 암컷의 새끼를 가차없이 죽이기 때문이다.

모든 수컷과 짝짓기를 해야 하는 암컷은 짝짓기 시간이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 결과 침팬지의 짝짓기 시간은 짧아졌고, 수컷의 음경골 역시 작은 크기로 나타나게 됐다.

그렇다면 인간의 음경골은 왜 '존재'하지도 않는 것일까.
연구진은 '일부일처제'를 음경골 퇴화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론적으로 일부일처제하에서 남성은 번식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
혼인 제도로 인해, 남성이 여성과 성(性)관계를 갖는 도중에 다른 남성의 가능성이 차단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인간 남성은 여성과 오랫동안 삽입을 지속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됐고, 그에 따라 음경골의 역할이 축소돼 결국 퇴화했다는 것이 오피 교수팀의 결론이라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