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계절 뚝 떨어진 기운을 북돋우고 몸을 따뜻하게 데워줄 달콤한 향이 절실하다. 향이 곧 이야기이고 예술이라고 말하는 향 전문가 두 명이 말하는 향이 주는 치유법에 대하여.
장은영 대표가 추천하는 윈터 퍼퓸 컬렉션
(왼쪽부터) 각종 이국적인 향들이 마치 고귀한 술탄에게 진상되는 느낌인 뻬르푸뭄 술탄스 바자르 캔들 175g 10만5천원, 겨울에 어울리는 깊고 이국적인 향으로 겨울의 쌀쌀한 느낌을 달래주는 시흐 트루동 오토만 캔들 270g, 밝은 달빛 아래에서 퍼지듯 은은하고 우아한 향의 오쓰만뛰스 쑤 라 륀느 클레르 오 드 퍼퓸 10㎖ 6만6천원, 관능적인 살 내음과 가을 겨울의 달콤한 향을 담은 오뒈르 드 뽀 오 드 퍼퓸 50㎖ 31만5천원, 엄마가 목욕시키면서 발라줬을 것 같은 따뜻함과 온화한 향이 특징인 산타 마리아 노벨라 라떼 뻬르 일 꼬르뽀 바디밀크 250㎖, 2014년 250주년을 기념한 프랑스 크리스털 브랜드 바카라와 컬래버레이션한 메종 프란시스 커정 바카라 루쥬 540 70㎖, 프레데릭 말의 18가지 향수 컬렉션인 2012년 한정판 세트 앙젤리끄 쑤 라 쁠뤼 5㎖×18ea.
- 장은영 뻬르푸뭄 대표 -
어릴 때부터 한국과 외국을 오가며 다양한 문화를 체험했고 호텔, F&B, 부동산 등 다양한 업계에서 근무했으며, 외국의 유명 기관에서 직접 요리, 꽃, 조향 등을 배운 멀티플 향 전문가이자 조향사이다.
뻬르푸뭄은 어떤 공간인가요?
단순한 판매보다는 향을 통해 문화, 예술, 인생에 대해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길 소망하며 만든 퍼퓸 부티크에요. 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죠. 희귀한 가치를 추구하며 오트쿠튀르 방식으로 소량만 제작하기 때문에 '레어 퍼퓨머리'라고 불리기도 해요.
단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 외에 향이 어떤 기능을 한다고 생각하세요?
미각과 시각은 많은 호사를 누리고 있지만 후각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향은 기술적인 것을 넘어 모든 것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고, 좋은 향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매개체가 되어줍니다. 전설적인 조향사 프레데릭 말은 가장 기억에 남는 향으로 첫 데이트 때 여자친구가 뿌렸던 향을 꼽았죠. 실제로 사람들은 베르가모트 향으로 엄마를 떠올리기도 해요. 그만큼 향은 이미지 콘셉트 스토리의 결정체라 볼 수 있어요.
향수 트렌드는 어떻게 바뀌고 있나요?
마릴린 먼로가 쓰던 향수, 이런 식으로 스타 이미지에 의해 인기를 누리다가 인기 퍼퓨머의 향수가 트렌드가 되었죠. 요즘은 좋은 재료를 사용한 향수가 인기가 많아요.
어떤 향수가 좋은 향수인가요?
좋은 향은 베이스 노트가 다릅니다. 쉽게 말해 잔향이 오래가지요. 브랜드 이미지나 마케팅이 아니라 향의 정수를 찾아가다 보면 좋은 향을 접할 수 있게 됩니다.
겨울에 추천할 만한 향 제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베이스 노트가 따뜻한 앰버 향은 겨울에 냉면을 먹는 듯한 역설적인 매력을 안겨줍니다. 시트러스나 블랙페퍼, 자작나무 같은 레더리 계열의 향수도 추천해요.
향기에 대한 정의를 들려주신다면?
'향기란 이야기다'라고 말하고 싶네요. 좋은 향은 과거를 끌어내고, 현재를 이야기하고, 미래를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들어주죠. 향은 자기 자신을 마지막으로 투영할 수 있는 존재예요. 패셔니스타라는 말보다 퍼퓨미스타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이는 시대가 오길 바랍니다.
김승훈 대표가 추천하는 윈터 퍼퓸 컬렉션
(왼쪽부터) 마음을 편하게 하는 우디한 향이 명상에 잠기게 해주고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올팩티브 스튜디오 오토포트레이트 50㎖ 16만원, 계피와 삼나무 향이 겨울 홀리데이 느낌을 내는 푸에그와 엘 모노 데 라 틴타 30㎖ 12만원, 꽃비누 같은 느낌을 주는 고전적인 향이 예전 유럽 사람들이 쓰던 비누나 아로마 같은 느낌을 주어 편안하고 포근한 센텐스 블랙 사피르
퍼퓸 미스트 80㎖ 1만9천8백원, 영국의 사교클럽 같은 모임 공간에서 만난 젊은 건축가들의 모임이 연상되는 향수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향의 아르퀴스테 아키텍츠 클럽 100ml 29만8천원, 이국적인 향이 동남아로 여행을 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에르메스 보야지 50㎖.
- 김승훈 메종드파팡 대표 -
스노보드 선수와 공기업 직원이라는 반전 이력을 가지고 있는 김승훈 대표는 어려서부터 해외를 많이 다녀 패션, 뷰티,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좋아하는 향과 향수를 업으로 삼고 싶어서 가로수길에 메종드파팡을 오픈한 그는 향으로 개성과 생각을 표현하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
메종드파팡은 어떤 공간인가요?
향수 개발을 메인 업무로 삼고 있는 파인 프래그런스 스튜디오입니다. 시중에서 잘 보지 못하는 수입 향수를 소개하기도 하고 직접 하우스 퍼퓸을 제작하기도 하는데, 개인보다는 업체 비즈니스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조향사가 따로 있는 건가요?
30명 정도의 조향사가 있고요. 유명한 조향 작업을 많이 했던 프렌치 퍼퓨머 50~60명과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있어요.
단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 외에 향이 어떤 기능을 한다고 생각하세요?
향은 감정이나 기억과 연결이 되는 놀라운 능력이 있어요.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경험이 향에 반영되는 거죠. 향을 많이 안 맡아보는 사람은 별다른 생각이 없겠지만 향을 많이 맡아본 사람은 어떤 말인지 알 거예요. 와인의 맛을 모르면 그 어떤 고급 와인도 맛을 느낄 수 없듯이 향도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취향이 쌓여야 폭넓게 맡고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고객들에게 어떤 식으로 향 추천을 하시나요?
보통 좋아하는 성분으로 접근할 것 같지만 의외로 그게 쉽지 않아요. 로즈나 재스민이 표현하는 느낌이 백만 가지거든요. 그래서 주로 본인이 표현하거나 느끼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물어봐요. 따뜻함, 신중함, 차분함, 산뜻함 등 원하는 것이 다 다르고 기분 전환, 힐링 등 추구하는 바도 다르니까요. 이는 향을 통해 기분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역으로 향에 의해 기분과 감정이 결정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떤 향수가 좋은 향수인가요?
첫째 아름다워야 하고, 둘째 독창적이어야 하고, 셋째 중독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세 가지 조건이 조화를 이루고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제약이 없어야 좋은 향수라 할 수 있죠.
겨울에 추천할 만한 향 제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부드럽고 따뜻한 향취가 좋아요. 바닐라나 아몬드 같은 견과류에 머스키한 레더가 가미되면 가벼우면서도 따뜻하고 포근한 캐시미어 같은 느낌이 나죠.
향기에 대한 정의를 들려주신다면?
향은 더 나은 삶을 만들어주는 하나의 예술입니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게 예술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