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예약을 해놓고 취소 없이 탑승하지 않는 노쇼(No-Show·예약 부도) 승객을 줄이기 위해 노쇼 페널티(위약금) 제도를 시행한 지 6개월 만에 노쇼 비율이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일등석·비즈니스석·이코노미석 등 총공급 좌석 434만8578개 중 노쇼 좌석은 4만9774개(1.1%)였다. 이는 작년 이 항공사의 노쇼 비율(4.5%, 73만개)의 25%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4월 1일부터 국제선 노쇼 고객에 대해 환불 수수료 외에 10만원의 위약금을 별도로 부과했다. 그 전에는 국제선 고객이 노쇼를 해도 무료로 다른 날짜 항공권으로 바꿔주거나 3만~7만원의 수수료만 받고 환불해줬다. 저가 항공사인 에어부산도 지난 5월부터 국제선 항공권에 대해 예약 부도 페널티 제도를 시행한 이후 노쇼 비율이 1.5%에서 1% 밑으로 떨어졌다. 위약금 제도가 국내 항공사들의 노쇼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선(先)결제와 위약금 제도가 항공사 노쇼 획기적으로 줄여
15년 전인 지난 2001년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항공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국내·국제선 노쇼 비율은 평균 18%에 달했다. 이 비율은 10년 전 4~5%로 급격히 떨어졌다. 항공사들이 예약 이후 며칠 이내에 결제하지 않으면 예약이 자동 취소가 되도록 하는 선(先)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예약 전담 콜센터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약이 몰리는 여름·겨울 성수기에는 여전히 노쇼가 문제가 됐다. 성수기 예매는 몇 달 전에 미리 끝나 표를 구하기 힘들었지만, 정작 출발 당일엔 빈자리가 많이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휴가철에 수백명의 시민들이 취소 표를 구하기 위해 공항에서 길게 줄을 서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위약금을 물리기 전에는 노쇼 고객 때문에 표를 구하지 못한 승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고 말했다.
'VIP 고객'들의 노쇼도 골칫거리였다. 해외 출장이 잦은 기업 임원이나 고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의 노쇼 비율은 이코노미석 예약 부도율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지난 2012~2014년 국제선 일등석·비즈니스석의 노쇼 비율은 평균 12%였다. 이 비율은 위약금 정책을 시행한 지 6개월 만인 지난 3분기(7~9월)에 2.4%로 낮아졌다. 기존의 5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필요하지도 않은 항공권을 여러 장 예약해놓은 뒤 나중에 한 장만 남기고 취소하던 고객들이 위약금을 피하기 위해 꼭 필요한 티켓만 예매하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미국·유럽 항공사들, 노쇼 고객에게 '위약금 폭탄'
노쇼를 줄인 아시아나항공의 성공 사례는 빠르게 국내 다른 항공사로 전파됐다. 대한항공은 지난 10월 1일부터 북미·남미·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는 12만원, 동남아·서남아 등 중거리 노선은 7만원, 일본·중국 등 단거리 노선은 5만원의 노쇼 위약금을 물리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제선 기준으로 매일 400~500명의 노쇼가 발생했는데 위약금 제도 도입 이후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부산·진에어 등 저가 항공사들도 최근 5만~10만원의 노쇼 위약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외국 항공사들은 노쇼 고객에 대해 확실한 페널티를 부과한다. 미국 델타항공은 국제선 일등석을 예매하고 노쇼한 고객에게 550달러(약 64만4000원)의 위약금을 물린다. 다른 항공편으로 예약을 변경할 때도 비슷한 금액을 물리고 있다. 또 미국·유럽의 저가 항공사들 대부분은 항공권을 일찍 예매할수록 더 큰 폭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만, 이런 할인 티켓에 대해서는 아예 환불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미리 예약한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비행기 삯을 전액 돌려받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