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라임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
대한민국 여인들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던 드라마 '시크릿가든' 속 현빈의 대사다. 드라마 끝난 지 6년이 지난 요즘, '길라임'이 다시 여심(女心)을 겨눴다. '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대통령이 맞았다는 신데렐라주사·백옥주사·태반주사가 3종 세트로 묶인 '길라임 주사'가 인기란다. 가격도 확 낮췄다. 중국인들 많이 다녀가는 명동 한복판에 자리한 A병원은 3가지 주사를 9만9000원에 놔준다고 해서 논란이 됐다. 목동의 M피부과는 더 싸다. 길라임 3종 주사 세트가 7만7000원. M피부과 관계자는 "3가지 주사 맞는 데 30~40분밖에 안 걸린다"며 "요즘 대통령 주사로 관심이 높아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문의가 이어진다"고 했다. 청와대에 반입됐다는 녹십자의 태반주사 '라이넥'에 대한 문의도 쇄도 중이다. 이를 비꼬는 현빈 대사 패러디도 유행이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길라임 주사' 최대 수혜자는?
주부들 인터넷 커뮤니티도 예외가 아니다. "신데렐라주사 맞아본 분 계신가요?"라는 질문과 댓글이 줄을 잇는다. 피부가 하얘지고 살도 빠진다는 '신데렐라주사'에 대한 문의다. 댓글은 가지각색. "피로가 누적돼 두 달에 걸쳐 3회 맞았는데, 그 덕인지 잠을 잘 자서 몸이 가뿐하다'는 호평부터 '피로 해소 효과는 있는데 미백 효과는 잘 모르겠다' '10회 이상 맞으면 살 빠진다더니 속았다'는 지적까지 다양하다. 길라임 주사와 함께 주부들 사이 최대 화제가 된 건 단연 '차움병원'이다. 워킹맘 김모(40)씨는 "강남 엄마들 사이 대통령 주사제가 화제가 되면서 차움이 피부과 시술 부문에서 다른 병원들을 제치고 톱으로 올라섰다"며 "이번 사건의 최대 수혜자는 차움"이라고 했다. 중년 여성 윤모(61)씨는 "대통령이 내 또래인데 나보다 훨씬 젊어 보여 차움에 한번 가보고 싶지만 연회비 1억이라니 너무 비싸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청담동 사는 신모(46)씨는 "태반주사는 이미 10년 전에 유행했던 거고 각종 영양 주사는 중년 여성들 사이 공공연하게 맞고 있어 새삼스럽지 않다"며 "요즘은 '멀티블루'라는 항산화 주사가 비타민 주사보다 5배 효과가 좋다고 해 열흘에 한 번꼴로 맞는다"고 말했다. 차움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차움이 더 널리 알려진 건 맞지만 딱히 피부 시술 문의가 급증한 건 아니다"며 "회원 전용제가 아니라 누구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원인데 너무 초호화 병원인 듯 알려져 당혹스럽다"고 했다.
신델라, 신데렐라, 슈퍼신데렐라
신데렐라주사의 정확한 약품명은 '신델라'다. 일부 피부·성형외과들이 "신데렐라처럼 예뻐진다"고 홍보하면서 소문을 탔다. 대통령 주사제로 알려지자 일부 병원에선 기존 이름에 '슈퍼'를 붙여 '슈퍼신데렐라주사'라고까지 광고하고 있다. 주성분은 항산화 물질로 알려진 치옥트산이다. 이규엽 후즈후피부과 원장은 "치옥트산은 우리 몸의 새로운 세포와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는 데 필수 요소로, 지방·단백질·탄수화물 등을 이용해 몸속에서 열에너지를 생성하는 데 관여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체지방 증가를 막고 노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며 "비타민C·E의 400배에 달하는 강력한 항산화력으로 피로 해소, 피부 미백과 탄력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했다.
피부가 백옥처럼 하얘진다는 백옥주사의 주성분은 글루타티온이다. 이 역시 항산화 물질이다. 인터넷 '카더라 통신'에서 가수 아이유, 미국의 팝스타 비욘세가 이 주사를 맞고 피부가 눈에 띄게 희어졌다고 알려지면서 '아이유주사' '비욘세주사'로도 불린다. 압구정의 한 피부과 관계자는 "실제 아이유나 비욘세가 백옥주사를 맞았는지는 모르지만 글루타티온 성분 주사는 맞았을 때 피부톤이 밝아지는 효과가 있어 한번 해본 사람들은 꾸준히 찾는다"고 했다. 글루타티온은 활성산소를 제거해주는 항산화 기능이 뛰어나 원래 감기 몸살이나 만성 피로 등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주로 처방됐는데 이를 맞고 나서 혈색이 좋아지거나 얼굴이 밝아지는 현상을 발견해 최근 미용 목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심각한 부작용 없지만 효과도 일시적
효과는 있을까? 전문의들은 신데렐라주사와 백옥주사가 지닌 피로 해소 효과는 일부 인정했지만 미백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백옥주사의 성분인 글루타티온이 멜라닌 색소 형성을 억제해 피부가 밝아진다는 것이 의학적인 이론이나 그것을 주사제로 투입했을 때 피부 미백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글루타티온을 먹는 약이나 바르는 약으로 처방했을 때 미미한 피부 미백 효과가 있다는 임상 시험은 있으나 주사제를 통해서 입증된 바는 전혀 없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규엽 후즈후피부과 원장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영양 주사나 미용 주사는 위약 효과나 수액 주입에 따른 일시적 개선 효과라고 폄하하는 학자들도 있으나 어느 정도 피로 해소나 피부 개선 효과는 인정되고 있는 추세"라며 "개인에 따라 효과가 다르고, 일시적인 경우가 많으니 전문의와 상담 후 시술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부작용은 없을까? 정확한 임상 시험으로 검증된 것은 없지만 현재까진 별다른 부작용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갑자기 고용량의 영양소를 혈관으로 투여했을 때 일시적으로 울렁증,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경고한다. 김정하 중앙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글루타티온은 원래 항암 치료 시 말초신경의 손상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약물이고 치옥트산 성분은 당뇨병 환자들의 말초신경을 회복하기 위한 약물로 사용된다"며 "허가된 의약품이고 실제 항산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용량을 낮춰 일반인에게 사용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만성피로 환자에게 치옥트산 같은 성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그걸 보충해준다고 해서 만성피로가 해소되는지 여부는 의학적인 측면에서 별개의 문제이니 의사 개인의 양심과 환자 개인의 철학에 따라 적절히 처방받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홍섭 에이치에스클리닉 원장은 "비타민이나 글루타티온 같은 성분은 우리 몸에 필요하고 좋은 영양 성분"이라며 "영양이 부족하지 않은 건강한 사람이라면 기분상 좋아졌다고 느껴지는 위약 효과일 수 있지만 영양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보충한다고 해서 해가 될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사람은 있다. 김홍섭 원장은 "요즘 유행하는 미용·영양 주사는 수액 주사처럼 혈관에 직접 투여하는 정맥 주사라 간혹 지혈이 잘 안 되는 사람이나 혈전증이 있는 사람, 고령으로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무리가 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며 "비타민B와 C는 수용성이라 과하게 섭취하면 소변으로 빠져나가지만 비타민A·D·E·K 등은 지용성이라 많이 섭취할 경우 몸에 축적돼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자신에게 부족한 영양소가 뭔지 잘 알아보고 맞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