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LA올림픽에서 한국 유도 첫 금메달이 나왔다. 그 주인공은 '악바리' 안병근(54·용인대 교수). 그를 시작으로 한국 유도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총 11개를 수확해 냈다.
올해 안 교수는 리우올림픽 '노 골드'에 그친 한국 유도의 새 경기력향상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리우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안바울·정보경 등과 함께 2~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IJF(국제유도연맹) 그랜드슬램 대회에 참가한다. 새 유도 대표팀의 데뷔 무대다. 이 대회는 그에게 특별하다. 그를 똑 닮은 아들 준성(19·용인대)씨가 국가대표로 메이저 국제대회에 처음 출전하기 때문이다.
준성씨는 지난달 2017년 1차 국가대표 선발전 73㎏급에서 준우승하며 이번 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준성씨는 지난 2월 처음 국가대표가 돼 태릉선수촌에 들어갔고, 리우올림픽 때 같은 체급인 안창림(22)의 훈련 파트너를 했다. 세계 2위인 안창림에게 밀려 아직 2인자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는 신예다.
준성씨는 3남매 중 막내인 외동아들이다. 안 교수는 "처음부터 선수로 키울 생각은 없었는데 아들이 중학교 1학년 때 갑자기 유도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 가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는 "티 내서 응원은 못 한다"고 했다. 남들 눈 때문에 숨어서 아들을 지켜본다는 것이다. 대회에 나오는 지도자, 선수 대부분이 친한 후배, 제자이기 때문이다. "아들이 중학생 때 '아빠는 경기장 가까이 오지 마'라고 하더라고요. 심판이 부담 가질 수 있다는 거예요. 그 이후로 더 조심합니다."
그는 아들에 대해 "나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했다. 준성씨가 안 교수(172㎝)보다 4㎝ 더 크고 팔다리도 길다. 안 교수는 "나는 업어치기밖에 못 했는데 아들은 팔다리가 길어서 허벅다리걸기, 띠잡아돌리기도 한다"고 했다. 부자가 닮은 점도 있다. 둘 다 상대를 넘기는 메치기 기술보다 조르고 꺾는 굳히기 기술을 즐긴다. "굳히기는 상대 선수에게 진짜 항복을 받아내는 매력이 있지요. 이런 것도 부전자전일까요."
새 대표팀의 안정환 남자 코치가 안 교수의 조카이자 준성씨의 사촌 형이다. 대한유도회 관계자는 "그동안 형·동생이나 형님·동서 사이는 있었지만 이렇게 세 가족이 함께 모인 건 처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