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며느리이자 그룹 코리아나 멤버 이용규 씨의 딸인 이래나 씨가 미국 자택에서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스물둘이라는 꽃다운 나이인 데다 불과 7개월 전에 결혼식을 올린 신혼이라 죽음을 둘러싼 충격과 슬픔이 더 크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예일대학교 교내 신문에 뉴스가 보도됐다. “한국에서 온 예일대 학부생인 이래나가 지난 금요일 뉴 헤이븐에 있는 자택에서 숨졌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도엔 “예일대 칼훈 칼리지 학생이자 펜싱팀 선수이며 현재는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 유족으로는 남편과 부모가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조나단 할로웨이 예일대 학장은 애도 성명을 냈고, 담임 교수 줄리아 아담스 역시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갖자고 했다.

이래나 씨는 지난 4월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아들인 이선호 씨와 결혼식을 올린 후 남편과 함께 미국 코네티컷주 뉴 헤이븐에 거주하면서 유학생활을 하는 중이었다. 한창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을 시기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애도와 안타까운 마음을 보내고 있다.

가장 놀라고 충격을 받은 것은 당연히 가족이다. 당시 자택에 함께 머물고 있던 남편과 친정 부모는 물론 한국에 있는 이재현 회장 부부를 비롯한 가족들이 모두 충격에 빠졌다. 이들은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뉴욕으로 달려가 이래나 씨의 마지막을 지켜줬다. 아직 건강을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한 이재현 회장은 미국으로 직접 가지 못했지만,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고 애통해하면서 “마무리를 잘하고, 마지막에 잘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장례식은 충북 음성 꽃동네의 성당에서 소박하고 간소하게 치러졌다.
# 특별한 인연 있는 꽃동네에서 장례식

장례식은 국내에서 치렀다. 11일 시신을 국내로 운구했고, 당일에 충북 음성 꽃동네로 내려가 가톨릭 형식으로 진행했다. 생전에 인연이 있던 오웅진 신부의 주도로 장례 미사가 진행됐으며 고인은 낙원묘역에 안치됐다.

꽃동네는 이래나 씨 가족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수년 전부터 봉사활동을 하면서 인연을 이어왔고, 올봄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남편 이선호 씨가 세례를 받기도 했다.

가족들만 모인 소박하고 조촐한 장례식이었다. 이재현 회장 부부, 남편 이선호 씨, 이선호 씨의 누나인 이경후 씨 부부, 이래나 씨 가족 등 최측근만 참석했다. 장례식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외동딸을 잃은 친정 부모, 아내를 잃은 남편, 며느리를 잃은 시부모의 슬픔은 지켜보는 것조차 힘들고 버거웠다고 한다.

특히 이재현 회장이 슬퍼했다고 전해진다. 생전 남달리 며느리를 예뻐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은 “참 곱고 반듯하고 영혼이 맑은 아이가 갔다”면서 며느리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했다.

병환으로 운신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장례식과 삼우제에 모두 참석해서 며느리를 보내는 길에 함께했다. 이 회장은 “내가 그 아이를 보내면서 생애 가장 많이 울었다. 무엇보다 맑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졌고, 아들 선호와 진정으로 사랑해 결혼했으며, 병상에 있는 나에게 많은 위안을 줬기 때문이다”라면서 애통함을 전했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말은 이 회장에게도 적용이 되는 말이었다. 이 회장이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이래나 씨는 손수 편지를 써서 보내기도 하는 등 구부(舅婦) 간의 정을 쌓아왔다. 이 회장은 살갑게 대하는 이래나 씨를 애틋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장례식 현장에 있던 CJ그룹 관계자는 “회장님을 오랫동안 지켜봤지만 그렇게 비통해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생전에 굉장히 예뻐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면서 고 이래나 씨가 시댁 가족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 심신이 건강했던 아까운 인재

CJ가의 며느리로 알려졌지만 이래나 씨는 예일대 학생으로서 본인의 실력을 인정받는 수재이기도 했다. 본지에 ‘예일대 다이어리’라는 연재 칼럼을 쓰기도 했던 이래나 씨는 지면을 통해 본인의 공부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하고, 아이비리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하면서 본인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펜싱팀 소속이라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성격이라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했던 터라, 래나 씨와 친하게 지냈던 지인들의 충격은 더욱 크다.

올 4월 있었던 결혼식에서 이래나 씨는 어른스러운 행동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2년간의 교제 끝에 이루어진 재벌가 3세와의 결혼이었지만 결혼식은 조용하고 조촐했다. 당시 신장 이식수술과 유전병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있던 이재현 회장이 참석하지 못해서 별도의 예식 없이 가족들만 참석하는 간단한 식사 자리로 대신했다. 당시 이래나 씨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투정 없이 의젓하게 결혼식을 치르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아직 어린 나이의 아까운 죽음이라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가족들은 여전히 충격에 빠져 있는 상태다. 학교에 다니고 있던 남편 이선호 씨의 향후 행보는 아직 불투명하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이 마음을 추스르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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