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고도성장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공공주택은 시기에 맞게 변모해왔다. 이후 2003년에 다양한 계층이 한 단지에 모여 사는 '소셜믹스(social mix·혼합주택)' 주택이 은평뉴타운에 선을 보였다.

"한국의 주택 정책은 1970년대 경제개발 수단으로 출발해 1990년대까지 분양주택 중심의 양적 공급 시대를 거쳐 마침내 주거복지 시대에 이르렀습니다." (홍인옥 한국도시연구소 박사)

2016 서울 공공주택·주거복지 페스티벌 본행사에 앞서 서울시·서울주택도시공사와 본지가 주최하는 임대주택 '소통 콘서트'가 29일 서울 구로구 천왕이펜하우스 7단지 다목적실에서 열렸다. 서울시, 주택 전문가, 입주민,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임대주택 현장으로 온 것이다. 전문가와 지역 주민 50여 명이 참가한 이날 소통 콘서트의 주제는 '임대주택 인식 개선 및 확대 방안 마련'이었다. 패널로 참여한 홍인옥 한국도시연구소 박사는 "주거복지 시대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정책 수단은 임대주택, 특히 공공임대주택 정책"이라며 "김대중 정부 이후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공공임대주택이 가장 중요한 주택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홍 박사는 이어 "2000년대 이후 신혼부부, 청년, 노인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공급이 이뤄지고 있으며, 분양과 임대를 혼합하는 '소셜 믹스(social mix)'와 SH공사의 작은 도서관 사업 등과 같이 다양한 주민이 교류하고 어울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덧붙였다. 홍 박사는 또 "장기 공공임대주택이 110만호를 넘어선 만큼 지속 가능한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효과적인 배분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특히 서울시가 추진해온 임대주택 공급 및 관리 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29일 소통 콘서트에선 서울시, 전문가, 임대주택 주민들이 ‘임대주택 인식 개선 및 확대 방안 마련’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은난순 한국주거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임대주택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은 연구위원은 "현재 서울 마곡지구 등 소셜 믹스를 채택한 여러 임대주택 단지엔 '개점휴업' 중인 피트니스 센터가 많다"며 "분양받아 들어온 주민들과 임대로 들어온 주민들이 운동 기구 도입비, 운영비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피트니스센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은 연구위원은 작년 은평구의 한 소셜 믹스 단지 사례를 들며 "동마다 분리수거장이 있었는데, 입주자 회의에서 분양 세대가 사는 동에서만 이를 제거하고 임대 동에는 더 크게 설치하는 안을 통과시켜 임차인들이 구청에 항의하기도 했다"며 "현재는 소셜 믹스를 다루는 법이 단 한 조항에 불과해 주민 의견 수렴이나 갈등 해결에 대한 제도적 허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영민 SH도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이미 사회적으로 저소득층 임대주택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널리 퍼져 있다"며 "임대주택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계층 간 갈등 완화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 5월 서울 시민 1만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95%가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10명 중 7명은 '내 집 주변에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와도 좋다'고 답했다"며 "응답자의 계층, 연령별 특성을 분석해 향후 공급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임대주택 입주민 3000세대를 대상으로 주거 환경, 경제 상황, 건강, 이웃 관계 등을 조사해 좀 더 실효성 있는 주거복지 정책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했다. 발표자들 외에도 이날 참가한 시민들은 주민공동체 활성화와 소셜 믹스 등 임대주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며 토론을 이어갔다.

☞ 소셜 믹스(Social mix)

아파트 단지 내에 분양·임대 주택을 함께 지어 사회적·경제적 배경이 다른 주민들이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하는 주거 공급 방식. 2003년 은평뉴타운에 처음 도입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