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5차 촛불집회에 가수 양희은이 ‘깜짝’ 등장해 ‘상록수’와 ‘아침이슬’ 등을 불렀다.
양희은은 26일 오후 7시 30분쯤 ‘아침이슬’을 부르며 기습적으로 무대에 올랐다. 별 다른 멘트 없이 ‘희망의 나라로’, ‘상록수’를 열창한 뒤 자리를 떴다. ‘저항 가요’의 원조격인 곡들이 광화문 광장에 울려퍼지는 순간 촛불집회 분위기는 정점을 찍었다.
그가 부른 ‘아침이슬’과 ‘상록수’ 등은 과거 정권에서 대학가 데모 현장에서 널리 불리며 금지곡으로 지정됐다. 금지곡 지정 처분은 진작 풀렸지만, 그 정신만은 남아 여전히 각종 집회 현장에서 단골로 불린다.
한편 양희은씨는 2006년 데뷔 35주년 콘서트를 앞두고 연 기자회견에서 ‘아침이슬’이 시대를 상징하는 저항가요로 통하는 데 대한 솔직한 심정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제가 부른 노래가 (시위) 현장에서 불려지는 것을 보고 머리칼이 쭈뼛 서는 전율을 느꼈다. 저게 과연 내가 부른 노래인가 싶고…”라며 “사실 사회 참여를 독려하는 노래는 아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아침이슬’은 1971년 9월 나온 양희은의 1집에 수록됐었다. 75년 긴급조치 9호 발포와 함께 금지곡이 됐으나, 운동권을 중심으로 대학가에서 널리 불렸다. 1987년 6·29 선언 몇 달 뒤에는 해금됐다.
하지만 당초 이 곡은 홀어머니가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겪게된 시련을 극복하겠다는 마음을 담아 부른 곡이라고 양희은은 그 자리에서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래는 부르고 만든 이의 것보다 다시 불러주는 이들의 것이라는 것을 70년대 ‘아침이슬’이 울려 퍼지는 시위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당시 젊은이들의 에너지를 대변해 줄 목소리가 필요해 ‘아침이슬’이 선택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