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4일 공문서는 한글로 표기하되 필요할 경우 한자(漢字)를 병기할 수 있게 한 국어기본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또 초·중·고교의 한자 교육을 필수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으로 규정한 교육과학기술부 고시(告示)에 대해서도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국어기본법 14조는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고 하면서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등에는 괄호 안에 한자를 병기(倂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한글 전용 원칙이다.
그러나 학부모와 대학교수, 출판사 대표, 한자 강사 등 332명은 지난 2012년 이 조항이 "우리말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한자 사용이 필수적인데도 국어기본법이 한자 문화를 의도적으로 배척해 자녀교육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또 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역시 한문을 필수 과정으로 정하지 않아 학생들의 독해력과 사고력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지난 5월 이 문제로 공개변론을 열었다.
헌재는 이날 재판관 9명 만장일치로 "국민은 공문서를 통해 공적 생활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므로 국민 대부분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한글로 작성할 필요가 있다"며 합헌 결론을 내렸다. 헌재는 또 "공공기관이 아닌 일반 국민은 원하는 방식으로 문서를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의 의사 표현 방식을 제약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한자 교육을 선택과목으로 정한 교과부 고시에 대해서는 재판관 5명이 합헌 쪽에 섰다. 이들은 "한글만 사용하더라도 지식과 정보 습득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한자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1948년부터 한글 전용 정책이 주를 이뤄 왔고 최근에는 인터넷이 상용화되면서 한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도 검색을 통해 보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박한철 소장과 안창호·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최소한 중학교 이상의 학생들에 대해서는 한문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쳐야 하는데도 선택과목으로 정해 학생의 자유로운 인격발현권과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한다"며 소수의견(위헌)을 냈다.
헌재 관계자는 "국어기본법과 교과부 고시가 한자 문화를 말살하거나 한자 교육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라며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은 입법정책의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