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 KAIST 기술경영학과 3학년

특목고는 특정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조기 발굴해 키워내기 위해 만든 학교이다. 현재 150개가 넘고, 계속 늘고 있다. 그러나 이 특목고들이 의도했던 방향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장점보다 부작용이 더 많아진 형국이다.

우선 특목고로 진학하는 학생들의 목적 자체가 변질되었다. 재능 발굴과 개발이 아닌, 더 좋은 대학교로 가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학교 측에서도 성적 우수 학생들을 계속 수급하기 위해 주요 대학 진학 현황으로 학교를 홍보한다. 대입에 필요한 수업만 하고 방과후학교에서도 스펙 쌓기에 집중한다. 그러니 정작 재능을 개발할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재능 개발을 위해 특목고에 간 학생들도 그럴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공계 인재를 키우려고 만든 과학고의 상위권 학생들이 의·치대로 가는 사례도 많다. 특목고가 변질된 실제 사례이다.

그리고 특목고 입시는 추가적 사교육을 조장하는데 이는 부모의 경제력과 관련이 있다. 당국도 최근 이런 문제를 인식해 올림피아드나 영재교육원 경력 같은 '스펙'을 적지 않게 하고, 내신도 등급제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내신 변별력이 줄어들고 스펙이 금지되면서 교과 및 비교과 활동이 중요해졌다. 그리고 이것이 스펙 대체 수단이 되었다. 스펙을 금지한다고 사교육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목고 전형에 맞게 사교육 형태가 변할 뿐이다. 특목고 진학 중학교를 보면, 서울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교육특구(양천·노원구)에서 전체의 46%나 배출했다. 2014년 40%, 2015년 44%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부모 경제력과 사교육 투자 및 특목고 입학이 무관치 않다는 방증이다. 특목고를 폐지해야 불필요한 사교육을 줄일 수 있다.

특목고 폐지 반대론자들은 고교가 평준화되면 성취도 높은 학생에게 맞는 교육이 제공되지 못해 그들에게 손해가 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은 방과후 학교와 같은 제도 개선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일반고 교사와 특목고 교사는 차이가 없다. 특목고 교사도 몇 년 후면 다른 학교로 가곤 한다. 현재는 일반고가 특목고에 상위권 학생들을 거의 빼앗기는 탓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특목고가 사라지면 일반고의 경쟁력은 올라간다. 이래저래 유명무실해진 특목고는 점차 폐지되어야 한다.